한 사람을 종이에 구겨 넣는다는 건
삶의 자투리를 버린다는 말이다
평생 장황했으나 쓸 말은 왜 이리 곤궁한가
손편지 건네주고 달아나던 여자애 얘기와
시와 문학의 느린 혁명 같은 건
적을 수 없는 허름한 비밀
찔레덤불 속에서 헛꿈을 꾸더라도
오직 건사해야 할 입들만 생각하며
잡탕찌개의 왕건이만 건져 넣어야 한다
천생 머슴밥 체질임을 칸칸이 새겨
처세와 밥줄을 주선해야 하는 것이다
그윽한 눈길 한번 달라고 간택을 호소하는
오, 똥줄이 타서 더 짠한 밥벌레적 요약
혹시나 질척대는 희망의 문턱
다시 쓰고 또 쓰는 엘레지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