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치료의 시작
“사느라 바빠서 그랬어. 내 아픔이 커서 널 돌보지 못했어. 나도 널 사랑한단다.”
엄마와 같은 초기 애착대상의 영향력은 한 인간의 삶을 좌우합니다. 엄마의 목소리는 이미 내면으로 들어와 자신의 행동과 판단, 스스로에 대한 가치 등을 정의내립니다. 성인이 되어서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강력한 최면이 되어 내가 지치고 위태로울 때 교묘하게 약한 부분을 파고듭니다. ‘나는 좋은 사람이야’,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하면서 자신에게 말해주고 다독이지만 또 쉽게 무너지기도 합니다. 내 목소리가 부모 대신 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거기서 벗어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부모에게 사랑을 느끼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부모에게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 마음의 변곡점을 만듭니다.
나에게도 좋은 엄마가 있다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아들을 놓아주지 않는 엄마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들의 옆자리를 항상 엄마가 차지했고,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 못마땅해 했습니다. 아들은 자연히 연애도 할 수 없었고 결혼은 꿈꿀 수조차 없었습니다.
괴로운 상황이 이어지자 상담을 하게 되었고 가족 세우기를 통해 아들은 ‘아, 엄마와 내가 분리되지 않은 것이 문제구나’라고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로부터 정서적으로 벗어나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선택한 방법이 아주 지혜로웠습니다. 가족 세우기를 통해 자신이 바라는 바람직한 엄마의 상을 만들어낸 것이죠. 가상의 엄마가 그에게 말합니다.
“이제는 너를 놓아줄게. 네가 훨훨 날아 네 인생을 멋지게 사는 것이 이 엄마에게는 행복이고 기쁨이야. 그것이 엄마가 정말 바라는 바야.”
뿌리 깊은 자존감의 힘
“정말 엄마에게 듣고 싶은 말이었어요. 저는 저 이야기를 가슴에 깊이 기억하고 만들어서라도 항상 저 이야기를 들을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저 이야기를 전제 조건으로 깔고 엄마의 말을 해석할 거예요. 엄마는 근본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고, 제 인생을 축복해 주시는 분이고 저의 건강한 독립을 바라는 분이에요. 앞으로 그 생각을 가지고 엄마를 대할 겁니다.”
그의 말에 저는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들의 반응에 반발이 있겠지만, 그 프레임에 맞춰서 행동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자녀가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주관이 있으면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힘이 있고 그 힘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부모에게 사랑을 받을 때 생기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부모에 대한 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뿌리를 제대로 세우면 앞으로의 인생은 이제 나를 위한 방향으로 판을 돌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