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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옥 Jun 06. 2020

사랑이 필요한 어른아이

엄마를 죽도로 미워하는 사람의 특징



“따뜻한 밥 한 끼, 그게 뭐 어렵나요? 그렇게 악착같이 밥 안 해주는 엄마가 너무 미워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따뜻한 밥 한 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순간 엄마가 한 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밥을 먹으면서 엄마에 대한 미움이 사라지고 용서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 이거면 됐다’


단지 밥 한 끼로 엄마에 대한 사랑을 확인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엄마가 한 음식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그게 뭐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배신감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와 마음을 갈기갈기 헤집어놓았습니다. 한껏 기대했다가 사랑을 빼앗긴 아이처럼 방 안으로 들어가 도무지 한 발짝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꼭꼭 숨겨놓은 자신의 맨얼굴을 들킨 느낌, 초라함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집에는 엄마가 없었습니다. 공부도 잘한 우등생이었지만 자신은 뭔가 부족해서 끊임없이 채워야 하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도 엄마의 빈자리 때문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든 일, 나쁜 일이 생길 때 엄마가 가장 먼저 생각나며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차올랐지만, 좋은 일, 축하받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도 가장 먼저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내게도 마음 편히 쉬어갈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그저 따뜻하게 안겨 투정 부리고 싶다는 바람


나이가 들어도 그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만하면 참 잘 컸다고, 사랑하는 딸, 자랑스러운 딸이라는 엄마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기억 저편 어딘가에 숨겨진 긍정의 기억



엄마가 죽도록 밉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그럼에도 엄마를 놓지는 못합니다. 계속 붙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싸웁니다. 엄마를 떠나지 않고, 못 받았던 사랑을 달라고 호소합니다. 부모가 도움을 청하면 맥없이 휘말립니다. 왠지 자신이 잘하면 사랑을 받을 것만 같지만 엄마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분노하고 억울해하면서도 이를 끊을 수 없는 것은 왜 그럴까요?


양가적 애착 유형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본인은 부정적인 기억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억 저편 어딘가에는 부모의 좋은 기억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포기하지 못합니다. 내가 더 잘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이 여성은 이미 중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를 떠나지 못하고 그 옆에서 사랑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상담은 그녀에게 숨어 있는 엄마와의 긍정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상처가 너무 깊거나, 방어막이 두터우면 감정도 억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상처도, 긍정의 기억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담이 진행되면서 쌓아온 감정을 표현하고, 가족의 역사를 이해하면서 그녀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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