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수가 남을 아프게 한다

by 나무지

B형 간염으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고 건강하리란 보장도 없고

언제든 벼락같은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살아오면서 내가 저지른 잘못을 되돌아보았다.

내 미숙함으로 타인을 아프게 했다면

그 과오를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싶었다.


산골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느 날 등굣길에 나는 과자를 하나 사서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앉아서 아침 조회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나는 과자가 먹고 싶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교실 밖 수돗가 공터로 갔다. 허겁지겁 과자를

먹었다.


반쯤 먹었을 때 한 친구가 나를 불렀다.

선생님이 나를 데려 오라고 했다며 다가왔다.

아침 조회를 위해 선생님이 오신 것이다.

순간 나는 당황했고 선생님에게 혼이 날까 봐

두려웠다.


내가 밖에 나간 이유가 과자를 먹기 위해서라고

그 친구가 고자질했으리라 지레짐작했다.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친구가 과자 이야기는 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나는 친구에 대한 원망으로 무의식 중에

친구 얼굴에 손찌검을 했다.


나는 놀랐고 바로 후회했다.

친구에게 정말 미안했다.

친구도 순간 놀라는 눈치였다.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나에게 힘없는 주먹질을 했다.


내 가슴과 어깨를 쳤지만 아무 타격이 없었다.

친구도 나를 마음먹고 때릴 의도는 없었다.

저도 순식간에 나온 행동이었던 것 같다.


친구가 작정했다면 세게 쳤을 것이다.

싸움을 잘하던 친구였으니까.

아마 선생님 심부름을 온 상황에서

나를 데려가는 일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의도치 않은 내 주먹다짐에 친구는 울었고

내 마음은 정말 무거웠다.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전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 눈물이 고일 정도로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친구는 아무 잘못이 없다.


친구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다.

산골 초등학교에서 그해 겨울,

나는 도시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 친구와는 동창이 아니다.

내 초등학교 졸업 사진첩에 그의 얼굴은 없다.


친구 이름을 모르니

어디 가서 물어볼 형편도 안 된다.

워낙 많이 변해서 알아보기도 쉽지 않을 성하다.


친구는 그 사건을 기억할까?

그런 일이야 어린아이들 사이에 흔한 일이고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을 일상사지만

천재일우의 기회가 있다면 사과하고 싶다.

내가 어리석었다고. 내가 비겁했다고.


중년이 된 지금,

그 미숙한 잘못이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더 이상 가 닿지 못할 그 시절이 그립다.

햇살 따뜻했던 그 수돗가 공터

두 소년이 보고 싶다.


선생님은 나를 불러 놓고 과자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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