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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May 18. 2020

518 광주,
그날의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유네스코가 말하는 518의 진실


 5.18. 감히 입에 올리기에도 죄스러운 순백의 이름이 아닐까 한다. 누구보다 순수했고 뜨거웠기에 아름답고 숭고했던 정신의 기록. 그것을 끝까지 유린하고 능욕한 자들. 불과 40년 전, 이 땅에서 자행된 처참한 광기와 살육의 현장은 여전히 진실을 토해내지 못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사람’ 발포 명령자 하나를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 그것이 가능하도록 작동하는 사법 제도의 모순은 공동체에 해를 입힌다. ‘화해’를 외치며 조력한 정치인들의 비열함도 ‘증거주의’를 내세우며 비호하는 법조인들의 비겁함도 용인되는 법 따위는 시민들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침묵했고 침묵하는 언론인들의 저열함 또한 시민들을 모욕하는 행위일 뿐이다.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국민 위에 있다고 믿지만 그들만의 착각이다. 사람 위에 군림하는 그 어떤 것도 모두 ‘가짜’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에서도 보고 있는 그것을 5.18에서 우리는 40년째 보고 있다. 힘 있는 자들의 이익과 전략에 따라 달라지는 ‘법의 잣대’ 그 이중성. 이상적이라 믿고 따르는 민주주의라는 제도 안의 사법시스템이 가진 허울과 우스운 모순을 말이다. 어린아이도 아는 당연함을 상식대로 해결할 수 없는 교묘하고 지능적인 ‘이상한 시스템’을 말이다. 그것들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법 위에 있는 자들의 선택적 의지.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믿는 자들’이 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범자들이기 때문이다.


축제 같았던 평화 시위를 탱크와 총검으로 제압한 그날들, 광주의 5월
이유 없이 희생당한 광주 시민들 중에는 60명의 미성년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발포 명령자를 처벌하는 순간, 그와 관련된 모든 공범들이 우수수 함께 처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근간이 되는 세력들, 떳떳하지 못했던 기존의 핵심 기득권들이 함께 몰락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계획했고 협조했고 방조했기 때문이다. 모두를 단두대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뒤집어엎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5.18 처벌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처벌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인간 세상의 이치에 부합한다는 것을. 그것은 민주주의 원리와 지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말 그대로 ‘사람 사는 세상’의 상식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건,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기 위한 ‘자유인으로서의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투쟁은, 인간의 절대 본성인 ‘자유권’을 향한 순수한 외침이다. 1980년 5월, 광주에 모여 있던 10만 명의 시민들은 그 순수함의 정점에 있던 들풀이었다.  


 그랬기에 고립된 채 식량도 생필품도 소진되고 있던 상황에도, 내 어미 아비가 내 자식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군홧발에 짓이겨지던 순간에도 침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들은 가마솥을 걸어 놓은채 시민군에게 밥을 지어 먹였고 누이와 여동생들은 손과 발로 뛰며 시민들을 돌보았다. 시민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서로 나누었고 아들과 청년들은 시민군을 자청하여 총을 들고 도청으로 향했다. 내 가족과 나의 터전과 공동체 사람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아는’ 인간 세상의 상식이고 도리였기 때문이었다. 생지옥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한 헌신과 희생이 당연한 사회.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들.


평화롭게 '자유'를 외치던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에게 죽어나가자, 5월 21일 시민들은 무장을 한 '시민군'을 결성한다.
광주 시민들은 시민군들에게 밥을 해주고 물을 떠다 주고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식량을 나눠주었다.


 그 숭고한 정신, 극한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서로를 위하고 돕는 ‘우리의 당연한 마음’은 푸른 눈의 사람들에게 매우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리하여 그 위대한 마음들은 거대한 기록이 되어 세계 역사에 큰 흔적을 새기게 된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모든 기록들이 프랑스혁명, 베를린장벽 붕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그것이다. 당시 등재심사소위 위원이었던 아바콘 박사는 말하였다. "그것은 권력을 강탈하려는 신군부의 폭력에 대한 의로운 저항이었다" 


 유네스코는 등재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발언하였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여러 아시아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동서간 냉전구조가 종식되는 데 기여했다" 유네스코 로슬린 러셀 박사는 말했다.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되었다가 무질서한 난동으로 변질되곤 했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치안력 절대부재의 상황에서도 약탈, 방화, 매점매석 없이 심지어 은행조차 무사했으며,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을 자청하며 시민 스스로 공동체 유지와 질서를 지켰던, 유례없이 높은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잊혀져서는 안 됩니다. 인류의 양심과 기억의 일부분으로 영원히 남아있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518 기념재단 자료를 참고한 영상 http://bitly.kr/ut1IcTcmEU 


 영화 <택시 운전사>로 유명해진 ‘위르겐 힌츠펜터’ 독일 공영방송 기자는 전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할 때도 이렇게 비참한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당시의 광주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계엄군들은 오래 쌓인 군생활의 불만을 ‘빨갱이들 처단’에 쏟아내었다. 그들에게는 장칼이 달린 착검된 총이 쥐어졌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시민들을 도륙하였다. 모든 전쟁의 잔인함이 인간의 광기를 이용한 비극이듯 그들 역시 ‘악의 평범함’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은 결코 '반란도 폭동도' 될 수 없다. 오히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순수함일 뿐이다. 당시 헌혈을 자청한 광주 시민들은 끝도 없이 줄을 서 있었고 결국 피가 남아 다른 도시로 보낼 정도였다고 한다.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제아무리 거짓을 들이밀어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시간을 함께 견디어낸 광주 시민들의 피와 땀이 깊은 슬픔이 그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말하는 5.18의 진실>

영상출처: 518 기념재단 http://bitly.kr/vrzjEKef

 

 5.18 그것은 찬란한 시작이었다. 오직 사람 사는 세상을 원한 사람들의 순수한 몸짓은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백만 명이 모여도 아무런 사고 없이 웃으며 즐겁게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이다. 약탈과 방화 같은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공동체 상식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코로나 대응을 떠올려보자.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허망한 모습으로 무너져 갈 때 우리는 질서있게 서로를 도왔고 공동체를 위해 나의 불편을 감수했다. 나의 편함을 위해 남의 불편을 모른 체 하지 않았고 나의 자유를 위해 남의 부자유를 눈감지 않았다. 우리 한국인들은 그러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이 시민군이 되어 도청을 지키던 청년들처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가장 큰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 그렇기에 그날의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이 그토록 바라던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광주에게 크나큰 빚을 졌다. 그들의 아픔은 우리의 미래를 여는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들풀처럼 살아가고 들풀처럼 일어나는 사람들. 이제 그것을, 우리가 돌려줄 차례이다. 




* 광주MBC에서 2013년에 제작된 이 다큐를 꼭 감상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 518, 10일간의 기록 >  http://bitly.kr/nELJ5xqcE9 

* 사진들: 5.18 구글 이미지 참조

* 5.18 민주화운동 나무위키 참고 http://bitly.kr/TiD2GUK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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