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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Jun 12. 2020

연금술사


죽은 자들의 영혼이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영혼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찾던 것을 찾지 못했네"
 
그는 벌겋게 달궈진 망치를 들고 말했다
"여기로 오시지요"

"이 안에서는 모든 것이 새로 태어난답니다

 그 어떤 쓸모없는 것들도 
 그 모든 보잘것없는 것들도
 그 모든 이름 없는 것들도
 황금으로 만들어져 나온답니다"
 
영혼들은 잽싸게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내렸다
그들의 어제, 그들의 눈물, 그들의 웃음
그들의 모든 것들이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한 가지 사라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 대가로 얻어야 했던
정화의 고통이었다
 
육체의 상념들이 녹아내리는 경험은
그 어떤 것보다 고통스러웠다
나의 몸, 나의 생각, 나의 의지, 나의 감정
나의 모든 것이 소멸되고 있다는 느낌은
그 어떤 고통보다 끔찍했다
나는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을 알지 못한다

영혼들은 절규했다
"제발! 제발 나를 여기서 꺼내 주시오!
우리가 원한 것은 이러한 고통이 아니었소
우린 그저 찾던 것을 찾고 싶었을 뿐이오!"
그는 뜨거운 쇳물을 부으며 말했다
"여기에 그것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망치로 더 세게 그들을 내리쳤다
 
비등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 순간만 넘으면 그들은 자유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보물이 귀하다는 것만 알았지
그 보물을 찾기 위해 불구덩이에 던져져야 함을
거기서 모든 것을 잃어야만 함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쇳물이 흘러내리는 망치를 들고 있던 그는
망연자실했다
그의 망치라면 무어라도
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던 그였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납을 금으로 만들 생각만 했지 정작 자신은
단 한번도 금이 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음을
 
그는 벌겋게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영혼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그의 얼굴로 변해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그의 말을 하고 있었다.
저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떠올랐다
그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망치를 놓은 채 
불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 씨앗 >




* 그림들: Francesco Clem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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