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들려오는 한파 소식에 마음이 편치 않던 한주였어요. 깜깜한 아침 추위를 가르며 일터로 향하는 많은 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늘 반듯한 정장에 하히힐을 신고 출근하는 동생부터 생각이 나요. 눈이 많이 왔던데 미끄러지진 않았을까. 스타킹 신은 발이 시렵지는 않았을까. 새해부터 얼마나 힘들었을까.
겨울에 눈 구경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눈은 귀한 구경거리랍니다. 눈싸움도 하고 싶고 눈사람도 만들고 싶다는 아이 바램대로 겨울이면 한번씩 일부러 산을 찾아요. 내가 좋아하는 그곳은 전나무숲과 작은 호수가 있는 곳이랍니다. 겨울이면 뽀로로 나라로 변신하죠. 호숫가 따라 눈 위도 소복소복 걷고 언덕에서 눈썰매도 타고 나뭇가지 주워다 눈사람도 만들고요. 조금 더 큰 아이와 호수 위에서 신나게 스케이팅도 했지요.
오랜만에 겨울산에 갔다가 옛 사진들을 꺼내봅니다. 단순한 풍경 위로 온통 새하얀 세상과 파란 하늘. 티 없이 맑은 마음만 떠있을 것 같은 그곳을요. 새해부터 한파로 고생하시는 한국의 독자님들께 평화로움을 나누어드리고 싶습니다. 또다른 느낌의 고요한 눈을 보며, 마음이 다시 눈 녹듯 편안해지기를 바라면서요.
해발 1000m. 전나무숲 앞의 작은 호수. 사람이 없어 더없이 조용한 호숫가를 걸어요.
소복소복. 뽀드득뽀드득. 호수 나무 숲.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새하얀 도화지 위에 펼쳐져 있지요.
호숫가 하얀집이 눈과 하나가 되었어요. 가끔 저 집에 며칠쯤 머물며 멍때리기를 하고 싶답니다.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그때의 아이. 어제도 왕고드름 따달래서 한 열 개 따줬답니다.
호숫가는 뽀로로 나라 실사판이에요. 저 언덕에서 아이는 눈썰매를 타고 떼굴떼굴 구르며 놀았지요.
아이가 여섯 살 때 만든 눈사람이에요. 한참을 주워온 나뭇가지들로 머리카락까지 만들었어요.
오후가 되니 더 밝아진 호숫가를 뒤로하고, 집에 안간다는 아이를 얼르고 달래서 돌아갑니다.
어제 모처럼 교외에 나갔다가 눈이 쌓인 숲속 길을 가로질러 한참을 달렸어요. 올해 처음 눈을 봤으니, 잠시 멈춰 눈 위를 걷고 고드름도 따고 눈싸움도 하고요. 눈사람을 만들려다 하트로 바꾼 아이는 역시나 세상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더군요. "Merci"
늘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 새해도, 하얀 눈처럼 새햐앟기를. 늘 고마움과 사랑을 간직하고 나누며 살기를.
Merci. 오늘도 고마워요.
영화 러브레터 OST, <A Wint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