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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Sep 27. 2019

제국주의자와 피침략자 사이.
오만과 편견 사이

프랑스인들의 제국주의 그림자. 1편 


 프랑스인들과 함께 얘기하다 보면 프랑스인들이 자기들의 문화와 역사에 얼마나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식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식문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치즈 문화, 천혜의 자연이 준 선물 같은 와인 문화, 300%가 넘는 식량 자급률, 넓은 영토, 자유와 평등사상, 사회복지제도...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의 숫자가 그들의 자부심을 한껏 더 올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펠탑은 전 세계인들에게 '로망의 상징'이었고, 루브르 박물관은 '최고의 박물관'처럼 인식되어 있으며, 파리는 '자유와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인들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인들은 늘 기세 등등한데 그 모습이 외국인이 보기에 때로는 '콧대 높은 부르주아'처럼 얄밉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자'의 자신감을 보는 듯. 허나 실제 프랑스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제 생각'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나폴레옹의 후손, '세상을 정복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시댁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였던 날, 어머님의 친구분들과 동네 어른 분들이 자리하여 함께 차를 마시던 오후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이민자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갑자기 어머님과 친구분들은 흥분을 하시며 말씀하셨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통킹 전쟁'

 
 "아니, 왜 우리가 쟤네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거야? 왜 일도 안 하는 저 이민자들한테 우리 세금을 퍼줘야 하는 거냐고" "너 한번 말해봐. 이게 옳다고 생각하니?" 

 어머님들은 '전투적인 자세'가 되어 불만을 토로하고 계셨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는 소득격차에 따른 세금 차이가 크기에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은 '세금 폭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세금에 매우 예민하고, 그것이 이민자들이나 난민들을 위한 '사회복지'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다. 한국인인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바로 들었던 생각은 나를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게 했다. 나 또한 '경제력이 없는 이민자'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불만을 갖고 계신 분들은 젊을 때 열심히 일하셨고 그 대가로 나라로부터 두둑한 연금을 받고 계신다. 하지만 뒤이어 드는 생각은 이거였다.

 
 '
이 분들이 젊을 때 맘껏 일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었지?'  '그 시절, 그 모든 일자리와 생산 시설과 경제적 기반이 어디로부터 온 것이었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과 많은 약소국들이 침략과 수탈에 시달리며 식민지화되고 모든 것이 파괴되어 있었을 때, 그 반대편에서 이득을 챙긴 사람들이 누구였었지?'  
 

프랑스인들의 아프리카 '도착' / 제국주의자들의 '승리'


 그랬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배로 신음했던 것과 반대로, 이들은 퀘벡을 비롯한 북아메리카 지역과 카리브해 섬들을 인도를,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들과 베트남을 라오스를 캄보디아를, 남태평양의 섬들을 침략하였고 식민지화하였었다. 그로부터 노동을 착취하고 자본을 챙겼던 사람들이었다. 일본의 잔악한 만행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만큼이나 프랑스인의 식민지 만행 또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들 또한 그 당시에는 잔악하고 파렴치했던 '수탈자들'이었다.
 
 프랑스 친구들과 식사자리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올 때마다 '모른 체하는' 그들의 무지로 가장한 이중성이 거슬려 그 자리에서 가끔 말하곤 했다. 
 
 "솔직히 너희가 누리는 부가 어디서 왔니? 그거 식민지 침략하고 수탈해서 얻은 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너희가 지금 누리는 경제적 안정이 전적으로 너희가 훌륭하고 잘나서 이뤄진 것들이 아니잖아"  

 이때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애써 모른척하며 "그런가?" 하는 사람들과 쿨하게 인정하는 사람. "솔직히 얘 말이 맞지 뭐. 그래 우리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해"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해주는 친구를 나는 지금까지 딱 두 명 봤다. 아무리 일 때문에 아프리카에 자주 다니는 친구들이라 해도, 무슨무슨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라 해도, 그 부분을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당황스러움 또는 외면하고 싶어 하는 눈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때 알았다. 제국주의자들은 후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식민지 전시회" /  "프랑스 지배 100년" - 빈곤과 부


 하지만 진정 앞서가는 나라라면, '고고한 서양철학'을 교육시키기 이전에 이러한 자기들의 역사를 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이들 무의식 속의 '제국주의적 관점'은 모든 곳에서 감지되고 발견되었다.
 
 
 가까이는 유럽의 이웃국가들인 독일인들 스위스인들 벨기에인들에 대한 흉을 보며 은근히 무시하고 아래로 내려보는 농담들. 미국에 대한 조롱. 특히 이들이 미국을 말할 때 '맥도날드나 먹는 근본 없는 것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전통 없는 천박한 놈들'이라는 인식을 보여주었을 때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 말의 내용보다는 그들의 '너무도 온당하다는 그 당연함'에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중심'은 언제나 '프랑스'로 귀결되었다. 
 
 음식도, 문화도, 전통도, 역사도, 자연환경도, 패션도, 교육도.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나 문화는 다 조연에 불과하며 오직 자기들 것만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치롭고 아름답다는 생각. 그 참을 수 없는 자기중심성.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마치, '우주가 자기들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절대로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적통자'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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