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산 Apr 04. 2022

브런치가 작은 선물을 또 주었다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확실히 3월엔 브런치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시간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나도 이런 말 하는 건 식상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런 건가 싶어 살짝 울적한 느낌이 든다. 뭐에서 그런 걸 느끼느냐면 '개인 시간'을 내기가 이상하게 빡빡해지는 것 같다는 거? 파김치가 되어 퇴근해 대충 집에 있는 걸로 저녁을 때운 후 (생략할 때도 있고) 간단히 씻고 공부나 업무 관련 정리를 하자니 졸음이 밀려온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 자정을 넘기면 컨디션을 풀 충전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오래 쓴 휴대폰이 방전이 빨리 되는 것처럼. 물론 나이 탓만 할 순 없다. 잠 안 자고 노력(?)해서 대단한 업적을 이룬 이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조바심을 내는 건 아니지만,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인터넷의 수많은 성공 사례들이 말한다. 이렇게 있어도 괜찮으냐고. 아 그런데 당장 눈이 감기는데 어쩌나.


마침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딱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내 브런치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진 걸 알게 되었다. 브런치 알림이 평소보다 빈도가 증가했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썼으니 벌써 몇 달이 지난 글이다. 브런치엔 하루에도 수백 개(혹시 천을 넘기진 않겠지...?)의 글이 올라온다. 검색해서 우연히 얻어걸리지 않는 이상 몇 달 지난 글에 손님이 찾아오긴 어려울 텐데 신기하다 싶어 통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거 브런치가 또 뭐 했구나.



글 한두 개가 메인에 오른 것 같지도 않고 카카오탭도 카카오뷰로 바뀐 뒤론 뭔가 잘 모르겠고... 어떻게 된 일인가 궁금하던 중


한 번에 찾은 건 아니고 새로고침을 몇 번 했습니다.


내 브런치북이 메인에 소개된 것을 보았다. 아 찾았다! 브런치가 내게 깜짝 선물을 주었구나. 감사한 일이다.


브런치북이 메인에 오르는 기준은 잘 모르겠다. 이런 점 때문에 선물을 받아도 얼떨떨하다. 글 쓰는 일은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 남이 봐달라고 쓰는 거니까 방문자가 늘어난 건 좋다. 하지만 그게 내가 잘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지속 가능한 건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지인은 갑자기 브런치 공모전 도전한다고 후다닥 작가 신청 후, 되자마자 자신의 다른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겨서 브런치북으로 만들어 응모했는데, 다음날 보니 그게 브런치 메인에 올라있었다. 그걸 한번 실시간으로 보고나니 음... 뭐랄까... 뭐지 이게 싶은 느낌? 다소 무작위적인 것 같고 내 실력(?)과는 별개의 느낌이다. 아무튼, 내가 느끼는 브런치 메인은 그랬다.


라이킷이나 댓글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왔다 간 것도 상상해보면 무서울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별다른 생각 없이 다른 브런치 글로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도 웹툰 볼 때 그러기에),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맛보셨을지 한 분 한 분께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여기 왔다 갔던 수많은 이들의 흔적을 만져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벌써 내일을 위해 잘 시간이 다가와서 이 글도 마무리해야겠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하루가 왜 이렇게 짧은지, 왜 24시간밖에 없는지 안타까운 요즘이다. 글, 웹툰, 드라마, 영화, 유튜브, 게임... 어느 매체든 본다는 건 개인의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바쁠수록 '꽝'을 보지 않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즉 특정 인기 글이 더 인기를 끄는 '편향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읽히지 못하고 묻히는 글이 브런치에도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말없이 소소하게 읽어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글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방문해주셨던 이들에게 이렇게나마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