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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Oct 30. 2022

2022년 10월 마지막 주 일기

#1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글을 자주 올려서 뭔가 쑥스럽다. 몰래 (?) 올리고 싶어도 이웃분께 브런치 알람이 울렸을 테니 말이다. 뻔히 '공모전'을 노리는 게 보여서 더 그런 것 같다.


사실 원래 내가 응모하고 싶었던 브런치북은 공모전 마감일이 연기되기 전에 진즉 응모했고 최근 써서 오늘 응모한 브런치북은 시험적인 측면이 크다.


10월 13일. 브런치는 '하루 1편씩 글을 쓰면 공모전에 응모할 수 있어요'라고 광고하며 'D-10'은 '작가 신청'부터 응모까지 충분한 시간이라고 하였다. 난 아무리 광고라지만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미리 써놓지 않은 이상 그렇게 달려서 당선될 수 있다고? '브런치는 얼마나 많은 열정 작가들을 만들고 싶은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카카오 먹통 사태로 브런치 공보전 마감일이 일주일 뒤로 연기되어 'D-3'이 다시 'D-10'이 되었다. 그러자 한번 브런치가 해보라는 대로 해 보고 싶어졌다. 가볍게 딱 10편만 써보기로 했다. 어차피 완성된 원고를 기대하는 공모전이 아니니깐.


물론 일이 계획대로만 되진 않았다. 일이 바빠 못 쓴 날도 있고 밀린 글을 쓴다고 바쁜 날도 있었다. 다 쓰고 보니 어찌어찌 아이디어만 제출한 데모 버전 같은 브런치북이 되었다. 뭔가 중간 페이지가 뭉텅 빠진 느낌이 들 텐데, 그게 맞다. 향후엔 중간에 들어갈 내용을 보충할 계획이다. 편집자님 보고 계시죠?


#2

새벽까지 글 쓴다고 모르고 있었는데, 바깥세상에선 큰일이 벌어졌다는 걸 늦게 알았다. 새벽에 브런치 글을 올린 시각을 보며 난 뭔가 눈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이대로 글을 계속 쓰고 있어도 되는 걸까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3

나는 문득 그의 반응이 궁금하여 블로그를 찾아봤다. 역시라고 해야 할까... 이번 사태에 대한 글이 쓰여 있었다.


그의 글도 많이 보다 보니 어떤 정형화된 패턴이 있음을 느낀다. 그거야 뭐 작가 스타일 혹은 버릇이기도 하니깐.


①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은 사건

② 하필 우연히도 본인은 거기 있었음. 아니면 직간접적으로 진료를 봄.

③ 그래서 난 말한다. 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 그리고 나의 고뇌를.


한두 번이야 와 그렇구나, 대단하신 분이네... 라고 생각할 텐데, 너무 '우연히' 사건 주변에 자주 있어서 이젠 그가 '명탐정 코난 혹은 소년탐정 김전일'이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물론 그의 직업이 의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내 이름은 코난과 김전일도 탐정이죠. 적어도 난 밖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면 사건에 휘말릴까 봐 무서워서 피할 정도는 될 것 같다.


놀라운 건 그의 글이 올라온 시간이었다. 사건 발생 당시 지인과 그 지역(?)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하는 그. 그러니까... 그 근처에 있다가 사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이 글쓰기부터여야 나올 법한 시간이다. 그의 글에는 평소처럼 감성적인 고뇌가 담겨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소름 돋는 일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실시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과 매체만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최근 그의 행보는 '고상한' 레커차를 떠오르게 한다. 그의 과거 글을 좋아했던 나는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그의 과거 글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왜 최근 글은 욕을 먹는가? 그가 무리하는 건 아마도 소재 고갈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무리 의사라도 매일 극적인 사건만 겪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내가 먼저 미쳐버리겠지. 책으로 보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것 같은 일화들이 실제로는 몇 년에 걸쳐 모인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의사들은 글 좀 써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망각해버리지만, 그는 그걸 잘 정리해 놓은 사람일 것이다. 오랜 준비 끝에 쓴 글이 명성을 얻고 단숨에 유명인이 된 건 확실히 그의 능력이고 존경할 만한 점이다. 그런데 젊은 의사인 그가 계속해서 유명 의사 작가로 활동하기엔 소재 고갈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오래전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쓰던 분이 며칠 전 이야기를 날 것으로 쓰더니 (그때도 지지와 비판으로 갈려 논란이 많았다) 이젠 몇 분 전 이야기를 쓰신다. '아, 이건 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블로그를 가보니 원 글은 삭제된 상태다. 대신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 몇 개만이 흔적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비록 잡문 쓰는 변두리 브런치 작가일 뿐이지만 (심지어 맞춤법도 종종 틀린다), 그를 보며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몸을 사린다. 날것의 이야기가 싱싱하고 감칠맛 나겠지만, 누구도 다치지 않게 잘 조리하는 것이 요리사의 능력이다. 글 놀림이 미숙해서 누가 다칠 바엔 차라리 뭉근하게 끓이는 게 속 편할지 모르겠다. '어차피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니까 편하게 읽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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