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현상은 소아청소년과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라는 말에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건 아니다. 대충 이런 의견도 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얼마나 버나 찾아보니 월 OOO 번다던데? 그러면서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게 어이가 없더라."
하긴 요즘 경제가 어렵고 다들 힘들다고 하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논리면 의사와 비슷한 월급을 받는 일부 강성 노조가 허구한 날 시위하는 건 왜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 애당초 돈 버니까 힘들다고 얘기하지 말라는 건 뭐랄까...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나 보던 그런 '꼰대'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논리이다.
하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요즘 애들은 '누칼협?'이라고 한다더라. '누가 하라고 칼로 협박함?'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어떤 논의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무적의 논리 누칼협. 소아청소년과 누칼협? 흉부외과 누칼협? 응급의학과 누칼협? 산부인과 누칼협?
그래서 그런지 요즘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은 더는 징징거리지 않고 정말 일을 관두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피 과목은 기존 의사도 일을 관두고 있는데, 그걸 의대 정원을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너무 일차원적인 것 아닌지 모르겠다. 높으신 분들 명에 거역할 순 없겠지만.
#2
도대체 'MZ 세대'란 단어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MZ의 끝부분을 간신히 붙잡고 있어 어쩐지 young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으나, 역시 '요즘 애들'과의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요즘 애들'에게 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가 자신의 연봉 정보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것이었다. 난 지금도 친구가 도대체 얼마 받으며 일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고 물어보지도 않는데 말이다. 우리(?) 때는 "너 월급 얼마 받아?"가 굉장히 무례한 질문이었다.
이 때문에 새 직장을 구할 때 난 병원이 제시하는 급여 조건이 적절한 건지, 후하게 쳐주는 건지, 날 후려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물건 하나 살 때도 여기저기 비교해서 '최저가'에 사려고 하는데, 당연히 구직도 저마다의 기준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찾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단순히 돈만 많이 준다고 다가 아니고 위치, 업무강도, 비전 등등을 따져가면서 말이다.
막상 겪어보니 너무 답답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친구들에게 "저기 미안한데... 넌 얼마나 일하고 얼마 버니?"라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싶었다. 아 그래서 요즘 애들이 서로의 급여 정보를 공유하는구나.
요즘 애들이 우리와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아도 결국 사람이라는 근본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3
그래서 대충 형성된 시세(?)를 보니 말인데, 단순 급여를 놓고 보면 의사만큼 버는 사람이 매우 많아졌다. 의사의 급여는 수년간 그대로이거나 내림세였고 다른 직업들의 월급이 물가상승률에 비례해서 꾸준히 올라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아직 고소득 직종인 건 맞으나, 의사가 될 정도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나 회사라면 이젠 어디든 비슷하게 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의사보다 더 많이 버는 분도 많고. 따라서 지금의 '의대 광풍'은 다소 어이가 없다. '그렇게까지 목숨 걸고 할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론 '유치원 의대반'까지 왔으면 정말 끝물에 다다르지 않았나 싶다.
의사의 몰락(?)으로 업종 간 급여 격차가 줄어드는 건 사회 불균형의 감소로 본다면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래봤자 근로소득'끼리 아웅다웅 비교하는 처지인지라 씁쓸하기도 하다.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반평생을 살며 의사로 돈 벌어도 건물 증여받은 중고딩에게 임대료 주는 역할밖에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이젠 근로소득만으론 수저를 바꿀 수 없다고, 사다리는 걷어차였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너는 여기까지라고 상한선이 그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젠 '유치원 의대반'까지 해 봤자 열심히 일하는 거론 위로 올라갈 길이 없어져 사회 계급 차이가 완전히 굳어지고 있는 것. 그게 지금의 의사 근로소득이 뜻하는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