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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May 31. 2021

2021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후기

확률로 보자면 20명 중 하나보단 2517명 중에 하나인 게 맞지요.

그동안 제 브런치에 방문해주셨던 어딘가의 '지망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방문 통계 기록을 보면서 여러분의 욕망을 잘 알 수 있었어요.


네 그렇지만 결국 저도 들러리예요. 식전 여흥을 담당하는 광대라도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브런치 관계자분 제 글 보셨어요? 하하. 하...




#1 공모전. '경험이라든지, 그냥 내봤어'라는 생각은 없습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은근 너무~ 기대에 부풀어 있었어요. 로또와 주식, 그리고 공모전은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희망이 있게 만드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누구는


'너 안 되면 어쩔 거야?'


라고 물었고, 그분에게는 그냥 '할 수 없지 뭐.'라고 하면서 한 이야기가 있어요. 《매트릭스 3》였죠.


유명한 영화이긴 하지만 이미 오래되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하면 인터넷을 찾아보세요. 아무튼 주인공 네오가 영화 3부에 걸쳐 기계 도시를 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요. 마지막엔 트리니티도 그 과정에서 죽고요. 그렇게 처절하게 기계 도시에 도착해서 지도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납니다. 그런데 거기서 이런 장면이 있었어요. 요약하자면


네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중략) 당신은 내가 필요할 것이오.

데우스 엑스 마키나: 네깟 놈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네오: 진정 그렇다면 내가 잘못 생각했군. 그럼 나를 어서 죽이시오.


이런 장면인데, 전 거기서 느낀 비장함과 허무, 그리고 네오의 담담함이 인상이 깊었어요. "내가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하지 않으니깐 멋있는 거겠죠? 그러면서 저는


: 브런치. (중략) 당신은 내 글을 좋아할 것이오.

브런치: 네깟 놈의 글 따위는 필요 없다!

: 진정 그렇다면 내가 잘못 생각했군. 그럼 나를 어서 죽이시오.


라는 상상을 떠올려보는 거지요. 이미 훌륭하게 안 멋있군요. 나름 어제 연습도 했었는데


"... 내가 잘못 생각했군. 그럼 날 죽여라."


암튼 그런 마음이었어요.




#2 이 인간 또 분석하네.


앞서 브런치 공모전 분석 글을 올리면서 개인적으로는 소소하게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늘었어요. 덕분에 저는 또 분석을 할 수 있었죠. 이번 대상은 저예요.


최근 통계를 보면 제 브런치의 1, 2, 3위는 전부 '공모전 분석 1', '공모전 분석 2', '안데르센 공모전 응모글'이었어요. 4위는요? 없었어요. 즉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가면서도 '내 글'까진 들리지 않는다는 거였지요. 그리고 그 '내 글'들은 오늘 없어졌어요. 책상과 휴지통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요. 소파 밑이라든지 그런 곳 있잖아요?


여기서 볼 수 있는 결론은 '브런치는 SNS으로서의 기능은 별로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현재로선 브런치는 그냥 '공모전 전용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여긴 다 '작가님'들이거든요. 본인의 글을 쓰기에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안 유명한 작가 (그러니까... 정확히는 본인들과 동급이라고 생각되는 작가'지망생'이라고 해야겠지요?)의 글을 읽을 시간까지는 없는 거예요. 다 이해해요.


이 점에 대해서는 장강명 작가님의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글에서도 나오지요.


"어떤 이들은 이런 농담도 한다. 한국에서 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이라도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면 성인 인구 독서율이 이렇게 낮지 않을 거라고."


아 물론 이건 저한테도 해당하는 거예요. 결국 0원짜리 글을 쓰는데 남은 시간을 다 뺏겨 버렸거든요. 잠깐 동안이었지만 정말 치열했었는데.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글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요. 글은 그렇다 쳐도 그림을 책상에서 안 그려도 된다니! 그걸 가능하게 해 준 samsung 고마워요. 그리고 autodesk!


그렇지만 결국은 안 되었지만요.


'어차피'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심사위원의 안목도 의심하진 않을 거예요. 비록 느낌은 뭐랄까 의대 다닐 적에 필수 교양으로 들어야 하는 '글쓰기' 수업 담당던 문과대 출신 시간 강사 선생님이 생각나긴 했지만요. '왜 문과는 글을 그렇게 쓰죠?'라고 생각해서 제가 안 되었나 봐요. 이과 감성으로는 이해를 못하는 그런 탐미적 지성인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문과 감성을 약간 느꼈달까요?


그건 그렇다 쳐도 제가 '부족'하다는 건 변함없는 거겠지요. '왜?'라는 건 제가 찾을 거예요. 그 내용과 관련해서는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었거든요.


"(전략) 원고가 거절당하면 거절 사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진 말자. 물건을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가 마음이 동하지 않아 매장을 나올 때 상점 주인이 "왜 그냥 가는지 이유를 알려달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유는 제가 찾아서 다시 도전할게요. 그래서 제 기존 글들은 잠깐 내려놨어요. 물론 이유를 죽을 때까지 못 찾을 수도 있지만요.


아! 괜찮아요.


안 기다릴 거라는 거 잘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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