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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Jun 02. 2021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당선작들을 공부해보자 #0

저도 궁금해서요.

이전에 썼던 2021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당선 발표 후기를 오늘 다시 보니 서운한 감정이 너무 많이 묻었나 싶어서 살짝 걱정이 되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거든요. 공모전 응모 브런치북보다 잘 팔리고 있는 걸 보니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오늘 다시 당선 공지글을 가보았어요. 심사평도 보고 그리고 댓글들도 보았지요. 네, 댓글이요.


굳이 사회생활을 안 해봐도 그 공지글은 공적인 장소라는 걸 아실 거예요. 축하의 댓글들을 보며 저는 무도회장이 떠올랐어요. 거기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다들 집(자신의 브런치)에 가서는 무슨 생각과 말을 하실지는 모르겠어요.


저요? 저는 그 무도회장에서 저쪽 그늘진 구석 벽에 기대어 서서 손톱이라든지 수건을 물어뜯고 있는 '악역 영애' 같은... 급은 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어... 그냥 광대인 것 같아요. 아니면 문지기? 어쩌면 무도회장 타일 한 조각일지도요.


아무튼 댓글들을 보다가 제 눈에 들어온 건 "보고 배우겠습니다."라는 말들이에요. 당선 작가님들이 대단하신 걸 부정하진 않아요. 그런데 그냥 축하해주면 되지 그렇게까지 자신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심사위원들이 안 그래도 갑의 위치인데 우리까지 알아서 을로 기어줄 필요는 없으니깐요. 그리고 어쩌면 이번 당선 작가님들과 다른 작가님들의 차이는 별로 없을지도 모르거든요.


아! 자신을 낮춘 게 아니라고요? 그렇군요. 진짜 학구열 넘쳐서 공부하고 싶으신 학자 타입이셨군요. 어디까지나 제가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는 거였어요. 아마 저의 마음이 투사된 거겠죠.


작가 지망생님들 그러니깐 말이죠... 힘내세요!




아! 근데 전 진짜 제 글을 좀 고쳐야겠더라고요. 이번 브런치 공모전은 요약하자면 《의학 라노벨♡》을 지향하고 썼거든요. 보신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근데 브런치는 진지한 글을 원했던 것 같고... 저는 정말 해괴망측한 걸 쓰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 이번엔 무도회장 바닥의 타일입니다~ ^^


그런 의미로 배워야 할 사람은 저 같아요. 그래서 일단 읽고 있습니다. 또 몇 가지를 정리해볼게요.




우선 저는 순서대로 읽지는 않았고요. 심사위원별로 모아서 읽어보기로 했어요.


왜냐면 어떤 심사위원이 그 작품을 뽑은 이유에는 그의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거든요.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이 있으니깐요. 아 제가 방금 객관적이라고 했나요? 그게 뭐죠?


그래서 앞서 전 "보고 배우겠습니다."라는 말이 "뭘?"이라는 의문이 드는 거예요. 심사위원의 취향을 맞춰드려도 다른 사람이 심사하면 결과는 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니깐요. 저는 예술 공모전(?)이 약간 그런 점이 힘든 것 같더라고요. 공정한 듯 공정 안 한 공정 같은 너~


그렇다면 심사위원의 '취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알 수 없죠.^^ 본인도 모르실 건데 생판 남인 제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들의 직업과 이력을 보면서 상상을 해보는 거예요. 이건 그저 제 상상이니깐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예를 들면 제목만 훑어보았을 때 이런 느낌이었어요. 아직 각 당선작들을 읽어보기 전에요.


김금희 님은 국문과 졸업에 신춘문예로 등단하신 분으로 알고 있어요. 말하자면 예전부터 작가가 되는 길인 정통 코스를 밟아 오신 분이지요. 비록 브런치 작가도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시대지만 '등단'의 무게는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금희 님에게 뽑히려면 조금 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보였어요. 또한 소설가답게 그나마 소설류(?)를 뽑아 주신 것 같습니다.


《미리보기》

《박경주 르포소설》

《휴남동 서점》

《사물이 있던 자리》

《이상한 나라의 압구정》


배순탁 님은 라디오 작가이자 음악 평론가이세요. 잡학다식하시겠지요. 그의 총평도 '상식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곳에 가서 상식으로 꺼내 써먹을만한 브런치북들 (역사, 문화) 위주로 뽑아 주신 것 같아요.


《한국과 일본의 문화역전》

《King이고 싶었던 Queen》

《카피가 되는 고품격 헛소리》

《이미지로서 패션, 장르 속 여자》

《조선인 포로감시원》


이슬아 님은 저는 '일간 이슬아'가 이미 기억에 있었어요. 저는 그 키치한 표지가 인상 깊어서 브런치북도 그런 느낌이 들어 보이는 게 잘 뽑혔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엄마가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같은 거요. 심사평도 "제목을 본 뒤 수많은 카페 창업 이야기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읽었다."라고 하시잖아요? 아! 그리고 이슬아 님은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의 색이 강하신 분이세요. 여기에 어떠한 긍정이나 부정의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이슬아 님의 선정에는 그녀의 취향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건 작가 지망생분들은 아셔야 할 거예요. 여기서 한... 3편 정도일까요?


《엄마가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부부, 일상 권력을 생각하다》

《심리학적 수요일과 경제학적 일요일》

《비디오 키드의 생애》

《너는 꿈이 많고 나는 생각이 많지》


이진우 님은 경제 신문 기자이세요. 그러니까 심사위원님들 중에선 가장 실용서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 선정된 브런치북 제목만 보면 그렇게 느껴지시나요?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기술창업 36계》

《브랜드와 사람이 만들어가는 공간들》

《출근하지 않는 디자이너》

《시골창업, 지리산소풍 탄생기》


어떤 것 같으세요? 전 어느 분에게 걸려도 광속 탈락이었을 것 같아요. 취향의 그물에 걸리는 게 없거든요.




내용도 안 읽어보고 제목만 보고 어떻게 아냐고요? 과연 심사위원들이 브런치북 "내용까지" 다 읽었을까요?


제목과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심사위원들도 인간이니까요. 브런치북이 4천여 점이었어요. 그걸 4명의 심사위원들이 각자 다섯 작품씩 뽑았지요. 천여점 중에 다섯이요! 어쩌면 심사위원들에게 보내줄 후보들을 추려주는 '얼굴 없는 새끼 심사위원'들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그거 나보고 고르라고 줬으면 아마 1화 조차 다 안 읽고 넘긴 브런치북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니 그거라도 봤다면 다행일까요.


여러분들은 서점에서 책 살 때 그 책 다 읽고 사세요? 이슬아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다시 보아요.


"제목을 본 뒤 수많은 카페 창업 이야기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읽었다."


그리고 아직 다 본 건 아닌데, 지금까지 본 당선작들은 뚜렷한 결말이 없었어요. 뒤에 뭔가 더 이어질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끝? 이제 밀리의서재 가야 하니깐 뒷부분은 사서 읽으라고 벌써 자른 걸까요?


저는 브런치북은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어야 한다고 하길래 저는 모 시 맺음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아무~ 상관없다는 것도 이번에 배웠어요. 그냥 심사위원의 눈에 꽂히면 되는 것인데 가장 어렵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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