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산 Jun 02. 2021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당선작들을 공부해보자 #1

김금희 심사위원편

"공부해보자"라고 당차게 시작했지만 개인적인 감상이 더 많은 이야기예요.


김금희 심사위원은 소설 세 작품과 에세이 두 작품을 선정하였어요. 《미리보기》, 《박경주 르포소설》, 《휴남동 서점》이 소설이고, 《사물이 있던 자리》, 《이상한 나라의 압구정》이 에세이예요.




지난 글에 김금희 소설가는 '정통파'이니 문학적 완성도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었잖아요? 확실히 '말의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특히 소설이 그랬고 에세이도요. 그런데 결이 어떤 식으로 다르고 왜 다른지는 잘 모르겠어요.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대략 비슷한 느낌들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아요.


마치 이 분들은 브런치 공모전이 아니라 ○○문예 같은 류의 작품집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었어요. 브런치가 못 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에 제가 개인 후기에서 '문과대 출신 시간 강사 선생님이 생각난다.'라고 했잖아요? 아니 어딘가에서 '글은 이런 식으로 써야 한다.'하고 배우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의 느낌이 있는 거예요. 아니면 글을 계속 다듬고 다듬다 보면 결국 모난 건 없어지고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런 결만 남게 되는 걸까요. 어떤 정수 같은? 물론 전문가들은 '뭔 소리야. 무식하긴. 전혀 다른 글인데?' 할 수도 있어요. 그 동네도 한 끗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비정한 곳일 테니깐요.


또 다른 비유로는 '해리포터'는 김금희 심사위원한테 선택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J. K. 롤링.


저는 소설 세 작품 중에 둘은 완독 했고 나머지 하나는 읽다가 영 취향에 안 맞아서 그만두었어요. 아무래도 전 앞으로도 이렇게 쓰지는 못 할 것 같아요. 안 뽑혀도 할 수 없지요.




에세이는 《이상한 나라의 압구정》이 인상 깊었어요. 저자는 빈부격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소개했지만 맞던데요? 아 '빈'이 없어서 그런가. 하긴 내용을 읽어보니 빈부격차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격차'이긴 했어요. 저는 의대 친구들이 생각나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의대가 고위층 자녀들만 간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군대랑 비슷해요. 의대가 아니었다면 절대 만날 일 없었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만나서 친구가 되지요. 저도 좀 더 인싸였다면 좋았을 텐데 더 많은 인간관계를 못 만들고 졸업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런데 압구정 친구들은 의대를 안 다지요. 의대에 가장 많은 건 '대치동'스러운 친구들이에요. 전문직 종사자 부모님이 아이들을 공부시켜 비슷한 직업을 하게 만드려고 노력한 것이지요. 딱히 법조/의료인이 좋다기 보단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세계관의 한계인 것 같아요. 거기도 진짜 공부 많이 시키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런데도 '압구정'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와 전 《이상한 나라의 압구정》을 보면서 아무래도 자녀는 포기할까 싶었어요. 험한 꼴 안 보게 한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진정한 '자식 사랑'은 피임이 아닐까도 싶네요.


한편 압구정 친구도 있긴 있었어요. 학생 땐 그냥 '가 좀 구김살 없이 크긴 했네~' 정도이지 격차는 못 느꼈거든요. 다 같이 고생해서...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역시 사소하게 결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특히 식사 예절 같은 거요. 세상에 고작 수프 먹는 것조차 뭔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그게 자연스러운 거죠. 일반적으로 먹은 내가 특이한 거고요... 그런데 그걸 교양 없다고 무안 주는 듯이 얘기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저도 뭐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친구의 말에서 격차 따윈 느끼지 못하고 "하하하! 뭐야~ 왜 그렇게 먹기로 정했대?"라고 웃을 수 있었지요.


그땐 그저 막연히 집에서 그런 것도 가르치나 보다 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압구정》을 보니 작은 퍼즐 한 조각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다 배운 거지요. 심지어 말하는 방법과 태도까지도요.


아 그래서 그 친구는 지금 뭐 하냐고요? 남들 안 하는, 힘들고 돈 안 되는 기피과 하면서 보람찬 생활을 하고 있어요. 돈 때문에 고민할 일이 없으니깐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같았어요. 멋있지 않아요? 저는 그런 의미로 제가 환자면 찐 부자인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느낀 김금희 심사위원의 심사 기준은 ''이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당선작들을 공부해보자 #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