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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Aug 30. 2021

수술실 CCTV "의무설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어차피 도입될 것. 그러나 선동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 씀


#1 수술실 내 CCTV 의무 설치법과 정치적인 셈법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유럽 속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료계의 반발이 어쩌고저쩌고해도 아마 '가볍게' 무시되고 무난하게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운명의 날은 흥미롭게도 윌라X브런치 브런치북 공모전 발표일인 30일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운이 좋아 (?)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어차피 나중에 언제든지 재논의될 것이고 결국은 통과시킬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 차라리 빨리 통과해서 더는 의사가 기득권이니, 못 믿겠다니, 더럽다니 뭐니 하는 속상한 말이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부, 국회. 법원, 모든 회사 사무실, 자영업 등등은 이미 다 CCTV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서 감시받고 깨끗하게 일하고 계실 테니까요. 맞죠?


의사 집단은 당연히 반발할 것입니다. 그런데 화가 나는 건 그럴수록 정부는 "의사들은 뭔가 뒤가 구려서 반대한다"라고 몰아가기 딱 좋다는 겁니다. 정말 애들 말싸움도 아니고... 일차원적인 말다툼이지만 물리치기가 쉽지 않은 비방입니다. 무서운 게 정치인들은 유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에요. 심리학자보다 인간의 습성을 더 잘 아실 거예요. '시기 질투'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쓰는 차도지계의 달인이 정치인들입니다. 그 뒤는 어떻게 수습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원래 정치인들은 자기 임기 다음 일에 대해선 별생각이 없습니다.


과연 지난 의사 파업 같은 일이 일어날지는 의문입니다. 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들은 누가 정의인 것도 아니고 그저 '이미지' 싸움이니까요. 고상하게 말하면 '명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상대는 명분 싸움에 이골이 난 정치인들이고 어용단체이든 아니든 언론까지 등에 업고 있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와... 경실련, 민노총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등)도 지지하고 있지요. '선전'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집단들 모임을 샌님 의사 나부랭이들이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요?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를 내리는 거지만 지난 선례 (의사 파업)을 봤을 때 전 안 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전 의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수술실 CCTV를 찬성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최선의 수는 빨리 태세 전환해서 의사 협회 주도적으로 CCTV를 몰아붙이는 겁니다.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시대의 요구'라면 차라리 의사의 공이 되는 모양새가 좋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희생양이 되는 건 사양입니다. 자꾸 그렇게 '지는' 만만한 이미지가 쌓이니까 정치인들이 자기들이 뭔가 불리할 때 툭하면 의사를 때리고 있잖아요. 그게 전 기분이 나쁩니다.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하필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 들먹이는 건 의도가 과연 순수한지 생각해봐야 할 거예요.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어떻게 이럴 수 ─' 라는 포맷은 항상 효과 만점이지요. '의사들은 기득권 악의 집단이고 이에 맞서 싸우는 우리는 정의롭다'는 코스프레는 역겹지만 꽤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사건 빈도로 보면 가장 CCTV가 필요한 곳은 국회와 그들의 사무실일 텐데요. 분명 자기 사무실에 CCTV 달아서 국민들이 보게 하자고 하면 "이건 명백한 인권 탄압이다. 국회의원도 국민이고 사람이다."라고 하시겠죠?


전 수술실 CCTV를 달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이런 거 할 때마다 정부에서 하는 행동이 너무 역겨워서 기분이 나쁩니다. 의사도 국민이고 다 같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서 정부를 많이 도왔습니다. 좀 더 달래가면서 해야지 자꾸 서두른다고 뒤통수만 치니깐 의사도 정부를 믿으면 안 된다고 학습하잖아요.




#2 영유아보육법으로 바라본 수술실 내 CCTV 의무 설치법


직장인이라면 감시당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아실 겁니다. 주어진 업무를 다 해줬는데, 상사가 CCTV에  찍힌 거 하나하나 꼬투리 잡으며 나를 의심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열심히 일해봤자 돌아오는 건 뒤통수'라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러나 환자로서는 확실히 CCTV가 있으면 덜 불안할 겁니다. CCTV는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술실은 환자가 자기 자신을 보호할 의식이 없는 '특수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사실 취지와 내용이 매우 비슷한 CCTV 설치법이 이미 있습니다. 그게 바로 영유아보육법입니다.


#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4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 등)

①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는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이하 “폐쇄회로 텔레비전”이라 한다)을 설치ㆍ관리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가 보호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한 경우
2.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가 보호자 및 보육교직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한 경우

② 제1항에 따라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ㆍ관리하는 자는 영유아 및 보육교직원 등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하여 최소한의 영상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고,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하지 아니하도록 할 것
2. 영유아 및 보육교직원 등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받을 가능성과 그 위험 정도를 고려하여 영상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것
3. 영유아 및 보육교직원 등 정보주체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영상정보를 처리할 것

③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기록된 영상정보를 60일 이상 보관하여야 한다.

④ 제1항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ㆍ관리기준 및 동의 또는 신고의 방법ㆍ절차ㆍ요건, 제3항에 따른 영상정보의 보관기준 및 보관기간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15. 5. 18.]


수술실은 어린이집과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① 영유아의 안전을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믿고 맡길 수밖에' 하는 상황
→ 환자의 안전을 의사에게 '믿고 맡길 수밖에' 하는 상황

② 자기방어가 어려운 영유아
→ 자기방어가 어려운 환자

③ 물론 흔하진 않고 언론에 의해 과장되긴 해도 잊을만하면 터지는 어린이집 영유아 학대 사건
→ 잊을만하면 터지는 각종 의료 사고 및 의사의 비위행위

④ 이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은 정치인들의 좋은 먹잇감(=명분)이 됨


따라서 전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사도 사람인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면서 일한다는 건 인권침해의 소지는 없는 걸까요? 의사들이 위헌소송을 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이미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했습니다!


#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4 제1항 제1호 등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15헌마994, 2017. 12. 28., 기각]

(전략)
나. 어린이집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을 원칙적으로 설치하도록 정한 법 제15조의4 제1항 제1호 등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법 제15조의4 제1항 제1호는 보호자 전원이 반대하지 않는 한 어린이집에 의무적으로 CCTV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어린이집 설치ㆍ운영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어린이집 보육교사(원장 포함) 및 영유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제한한다. 이는 어린이집 안전사고와 보육교사 등에 의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CCTV 설치 그 자체만으로도 안전사고 예방이나 아동학대 방지 효과가 있으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어린이집 보육대상은 0세부터 6세 미만의 영유아로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방지 및 적발을 위해서 CCTV 설치를 대체할 만한 수단은 상정하기 어렵다. 법은 CCTV 외에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녹음기능 사용금지(법 제15조의5 제2항 제2호 중 “녹음기능을 사용하거나” 부분) 등으로 관련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보호자 전원이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경우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이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아니한다. 영유아 보육을 위탁받아 행하는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근절과 보육환경의 안전성 확보는 단순히 보호자의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ㆍ국가적 차원에서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중대한 공익이다. 이 조항으로 보육교사 등의 기본권에 가해지는 제약이 위와 같은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법 제15조의4 제1항 제1호 및 제15조의5 제2항 제2호 중 “녹음기능을 사용하거나”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다. 보호자가 자녀 또는 보호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CCTV 영상정보 열람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법 제15조의5 제1항 제1호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법 제15조의5 제1항 제1호는 어린이집 안전사고 내지 아동학대 적발 및 방지를 위한 것으로, 아동학대 등이 의심되는 경우 보호자가 영상정보 열람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이유이다. 법은 CCTV 열람의 활용 목적을 제한하고 있고, 어린이집 원장은 열람시간 지정 등을 통해 보육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보호자의 열람 요청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므로 이 조항으로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 등의 기본권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보호자와 어린이집 사이의 신뢰회복 및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이라는 공익의 중대함에 반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법 제15조의5 제1항 제1호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어린이집 원장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영유아를 환자로, 어린이집을 병원으로, 보육교사를 의사로 바꾸면 거의 완벽하게 치환될 겁니다 (원장은 어차피 원장이군요). 의사들이 위헌소송을 한다 해도 저런 답변으로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 생각합니다.


CCTV 설치 그 자체만으로도 안전사고 예방이나 아동학대 방지 효과가 있으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실제로 입법 예정에 있는 수수실 CCTV 설치법을 들여다보면 영유아보육법에 담긴 내용과 그 틀이 매우 유사합니다.



주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네요.


# 제36조(비용의 보조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0조에 따른 어린이집의 설치, 보육교사(대체교사를 포함한다)의 인건비, 초과보육(超過保育)에 드는 비용 등 운영 경비 또는 지방육아종합지원센터의 설치ㆍ운영, 보육교직원의 복지 증진, 취약보육의 실시 등 보육사업에 드는 비용, 제15조의4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한다.

→ 수술실 CCTV 설치 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 이거에 대해서도 말이 많던데 (안 그래도 돈 많이 버는? 의사들이 뭐가 예쁘다고 세금을 지원하냐는 등), CCTV가 일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음에도 나라가 강제하는 거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 제15조의5(영상정보의 열람금지 등)

(전략)
②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녹음기능을 사용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저장장치 이외의 장치 또는 기기에 영상정보를 저장하는 행위

→ 수술실 CCTV로 촬영을 하는 경우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도록 했지만, 환자 및 해당 의료행위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주체가 모두 동의할 경우에는 녹음할 수 있다.


# 제15조의5(영상정보의 열람금지 등)

①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ㆍ관리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5조의4제1항의 영상정보를 열람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보호자가 자녀 또는 보호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열람시기ㆍ절차 및 방법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요청하는 경우
2.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6호가목에 따른 공공기관이 제42조 또는 「아동복지법」 제66조 등 법령에서 정하는 영유아의 안전업무 수행을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
3.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4. 그 밖에 보육관련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자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열람시기ㆍ절차 및 방법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요청하는 경우

→ 영상 열람과 제공은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한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에 따라 해당 업무 수행을 위해 요청한 경우 ▲환자 및 해당 의료행위 참여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 가능하다.


# 제54조(벌칙)

① 제34조의6제6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倂科)할 수 있다.  <신설 2008. 12. 19., 2011. 6. 7., 2014. 5. 28.>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5. 5. 18.>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거나 보조금을 유용한 자
2. 제15조의5제2항제1호를 위반하여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는 행위를 한 자
3. 제15조의5제2항제2호를 위반하여 녹음기능을 사용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저장장치 이외의 장치 또는 기기에 영상정보를 저장한 자

→ CCTV 정보를 탐지, 누출, 변조, 훼손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처벌 수준과 같다.

수술실 CCTV 촬영 영상을 이 법이 정한 목적 외 사용할 경우에도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수술실 CCTV 촬영 영상 관련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정보를 분실, 도난, 유출, 변조,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외 설치의무와 촬영의무 위반 시 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 제15조의4(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 등)

(전략)
③ 어린이집을 설치ㆍ운영하는 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기록된 영상정보를 60일 이상 보관하여야 한다.

→ 촬영된 영상은 60일까지 보관되며 촬영 내용 열람에 드는 비용은 환자에게 청구될 수 있다.


이처럼 수술실 CCTV 법이 영유아보육법과 거의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3 그래서 앞으론 어떻게?


전 수술실 내 CCTV가 의무 설치되어도 바뀌는 건 크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환자로서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아 본 사람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수술방에 적어도 CCTV라도 돌아가고 있으면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소한의 보험이랄까요.


그리고 이젠 CCTV 아래에서 감시당하면서 일하는 만큼 의사에 대한 인식도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이렇게나 투명하게 까발리면서 일하는 직업도 몇 없을 거예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생각해줄까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이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면 말이에요.


어쩌면 오히려 의료분쟁만 더 판을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업계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걸지도 몰라요. CCTV는 의사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가 되겠지만, 아무튼 예전보다 좀 더 피곤해질 것 같긴 합니다. 사실 의사들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 아니겠어요? CCTV까지 설치해줬는데 더 소송이 늘어나는 모순된 결과가 나올지도 몰라요. 환자와 의료인 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것이죠.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정말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이해를 못 하실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한 건 맞는데, 세상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환자도 이상한 의사 안 만나게 조심해야 하지만, 의사도 이상한 손님을 조심해야 합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실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술실 내 CCTV가 의사와 환자만 찍는 게 아닙니다. 간호사도 찍히고 다른 보건의료인 노동자들도 다 찍힙니다. 아니 근데 그분들은 노조도 있으시잖아요. 아무리 노조가 특정 성향의 정치 집단이라고 해도 말이죠... 병원이 불타고 의사들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손뼉 치는 동안 자기 자신에게도 불이 붙고 있는 건 아닌지 인지는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다 감시당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애용하는 배달 음식점들. 물론 소수의 악한 음식점들이 문제겠지만, 잊을만하면 위생 문제가 터지잖아요? 한국이 선진적인 보건위생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그렇지 식중독은 죽을 수 있는 병입니다. 최근에도 20대가 식중독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건 아시나요?



이렇게나 먹는 문제가 생명과 직결되고 국민들은 위험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데, 식당 조리실을 왜 CCTV로 의무 감시 안 하나요? 어린이집, 수술실과 뭐가 다른가요? 정부가 조리실은, 내가 일하는 직장은 절대 못 건들 것 같나요? 이게 정말 남 일이라 생각하시나요?




#4 결론


또 두서없는 글이 되었군요. 정리하면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사는 수술실 내 CCTV를 막을 수 없으니 차라리 또 깨지지 말고 먼저 찬성하자.
- CCTV는 최선도 아니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현재로선 딱히 대안도 없는 차선으로 보인다.
- 특히 내가 환자라면 수술실 내 CCTV를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
- 산부인과는 CCTV를 해도 문제 (관리는 누가 하나, 하... 그리고 관리자를 믿을 수 있을까. 관리자를 또 감시해야 하나. 불신에는 끝이 없습니다.), 안 해도 문제라 진통이 있을 것 같다.
- 법안 통과 후 뒷 일은 아무도 모르고 책임지지도 않을 테니 혼란에 대비해야 함.
- 다음에 비슷한 논리로 여러 직종이 CCTV 의무 설치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각개격파'는 원래 정부와 높으신 분들이 잘하던 것이다. 좌우 따윈 전혀 상관없다.


그럼 전 먼저 가서 전자 감시사회를 체험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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