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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Oct 10. 2021

역시 공모전 당선은 운인가... 그래도

아재덕후 공PD 작가님과의 짧은 대화

브린이 작가인 저는 브런치 글이 어떤 '유행'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유행이 끝나면 글의 생명도 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특정 공모전 관련 글은 시즌의 성격을 띠고 그때만 반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꾸준히 그리고 예상외의 결과로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 인상 깊었던 건 당선 작가님들의 방문이었습니다. 남이 내 이야기를 하는데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우연히(?) 발견하시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솔직히 긴장되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의 성향이 저마다 다르듯 작가님의 반응 또한 다양했는데, 아재덕후 공PD 작가님은 가장 격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느 날 브런치 알림이 쏟아져서 깜짝 놀랐어요. 작가님은 너무나 친절하게 자신의 경험을 댓글로 남겨주셨는데, 댓글창은 너무 제약이 많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도움 되는 정보도 있고 해서 아예 글을 하나 새로 써놓기로 했습니다. 이건 그 기록입니다.



이러면 '박재'가 되는 걸까. 존버... 메모


덕후라서 죄송합니다. 허허. 제가 브런치 시작한 건, 20년 1월이었어요. 19년에 [골목도쿄]라는 책을 냈고, 출판사와 합이 좋아서 매년 1권씩 3~4권을 더 내려 했어요. 다음책도 바로 계약했고, 19년 내내 틈나는대로 원고를 써서, 가을에는 A4 200장넘는.. 완성도로는 80%정도?..원고도 완성했죠. 그런데 두둥! 그해 19년 여름, 느닷없이 시작된 아베의 한국 때리기. 그리고 불어닥친 일본불매... 흠.. [골목도쿄]도 그렇고 다음책도 여행책은 아니에요. 제 덕후성분중 하나가 일덕일뿐, 일뽕도 일빠도 아닙니다. 그런데 [골목도쿄]내고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친일팝니다. 허허.. 20년에 또 다른 일본 이야기를 들려주겠어. 라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번엔 대유행... 좌절. 답답한 마음에 다음책 하일라이트나 좀 슬슬 흘릴까하는 불순한 의도로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기존에 가끔 출연했던 모모 핏캐스트에서 한국과 일본의 군사갈등(전 밀덕이기도해요) 한일 생활경제, 문화역전 등의 이야기를 했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사실 첫 책을 쓸때도 이런 얘길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좋아할지 몰랐죠. 팟캐스트에 나가서 할 얘기의 원고를 쓰는 마음으로 채워나갔습니다. 전 덕후니까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팟캐스트도 반응이 좋았고, 오오 이거 잘하면 공모전에 내볼까.. 하지만 20년 연말에 보기좋게 떨어졌습니다. 허허. 브런치에 글쓰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상실삼에 몇달동인 쳐다도 안봤어요. 가끔 나가는 팟캐스트는 밀리터리에 집중했고요. 그러다 올해 4월 또 공모가 올라오길래, 정말 신경끄고 살다가 마감 하루전에 클릭했습니다. 작년 매거진북은 전혀 업데이트없이요. 그런데.. 응? 당선이라고? 이 냥반들 정말 꼼꼼하게 읽어본 거 맞아? 남산작가님 말씀처럼, 평가위원 취향입니다. 더도덜도 아니에요. 저는 글쓰는 게 즐겁습니다. 글을 쓰며 괴로웠던 기억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치열한 고민없이 쓴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 고민이 견딜 수없이 즐겁고, 일상이 뭣같을수록, 글쓰기는 정말 좋은 멘탈치료제같아요. 세상(직장포함) 니들이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지 몰라줘도, 난 이런 생각을 벼릴수 있도록 오늘도 꾹참고 하드 데이터를 올려간다. 이런 마음이요. 글은 결국 그 사람의 말과 생각이잖아요. 글쓰기 훈련과 축적은 결국 내 말과 생각을 더 풍성하게 해줄테니까요. 남산 작가님 글은 잡썰에 불과한 저보다 훨씬 치열한 현장감과 글쓰기와 사유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이렇게나 술술 잘 읽히는데. 내가 모르는 이세계를 이렇게나 생생히 그리는데. 감히 말씀드립니다. '연마된 전문성'이 무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게 실재한다면 남산작가님에게서 찾을 수 있겠죠. 일도 주식도 출간도 존버입니다. 저는 덕후잖아요. 덕후라는 놈들은 보상없이 존버하는 족속이니까요.

(저도 이공계거든요) (대학은인문계...산수를너무못해서) (작가님의 이공계감성 짱 재밌어요)

- 아재덕후 공PD 작가님의 댓글


이에 대한 저의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에! 작가님, 댓글 길이가 어마어마하군요. 내용도 따로 글로 내셔도 될 만큼 풍부하여 저도 뭐라도 써드려야 할 것 같은 (긍정적 의미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댓글도 주제 1, 주제 2, 주제 3 (추신)으로 나눠주신 작가님...^^

① 우선 '덕후'에 대한 잡담부터 해야겠네요. 첫 문장에서 작가님께서 덕후라서 죄송하다고 하셔서 제가 오히려 작가님을 언짢게 해드렸나 싶어 죄송합니다. 그러나 전 덕후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덕후가 워낙 스펙트럼이 넓게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이겠죠. 긍정 혹은 부정인데 갈수록 약간 부정적에서 부정적 의미 혹은 '나는 아싸라고 하는 인싸 놈들' 같은 용법으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프레임을 씌우자면 이 사람도 덕후고 저 사람도 덕후고 일론 머스크도... 덕후죠. 제 글에 사용되는 덕후는 아마 '능덕' 쪽의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도 어차피 프레임 씌우기 나름일 겁니다.

한편 작가님께서 겪으셨던 '친일파' 일화를 보면 작가님께서 왜 '죄송'부터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한국은 역사적 배경을 볼 때 일본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하는 분들이 있어 (토착ㅇㄱ..., 마치 예전의 빨ㄱㅇ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걸 실감합니다) 흥미로우면서 우려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다른 주제/나라 덕후 (예를 들면 Nerd나 Geek, 양덕?)보다 유독 일본 문화 덕후를 안 좋게 보는 분위기는 역사적인 배경만 가지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일본 문화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였나 중반이었을까요?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비디오가 2개 있었는데, 그 당시엔 심지어 제목도 모르고 자막 따윈 없어서 등장인물들이 당최 뭔 소리를 하는지도 몰랐죠. 그냥 영상을 보고 내 맘대로 대사를 상상하며 봤는데도 엄청났습니다. 나중에야 그것이 뭐였는지 알게 된 건 무려 10년도 넘은 뒤. 《이웃집 토토로》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습니다. 영화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 그리고 그런 움직임으로 펼쳐지는 에반게리온 전투 장면과 비둘기 장면(...)은 충격적이었죠. 그 당시엔 덕후라는 단어조차 생소했고 분위기도 지금과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단 그때 그 시절이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더 크게 남아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마 접근성이 달라지면서 문화에 대한 시각도 바뀐 게 한몫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옛날엔 바나나가 고급 과일이었던 것처럼요.

아무튼, 전 글에서 '덕후'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다지 고급스러운 느낌의 단어가 아니라서 작가님을 덕후라고 표현해도 될까 고민이 되었죠. 어휘력이 부족해서인지 덕후를 '덕후' 말고 다른 단어로 딱히 대체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나 작가님은 당당하고 멋있게 '아재덕후'를 표방하셔서 자신 있게! 덕후라고 하였어요.

② 작가님의 글쓰기 역사는 개인사지만 작가 지망생에게는 어떤 방향을 제시해주는 매우 도움 되는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브런치는 제8회 브런치북 공모전 당선 작가님들을 모시고 카카오 mm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였죠(즉, mm 홍보용). mm의 특성상 작가님과의 대화는 제한적이고 심지어 그 시간에 참석을 못 하면 들을 수조차 없어서 아쉬웠는데, 비록 댓글이지만 공PD 작가님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매우 기쁩니다.

우선 정보를 정리해보면 일단 결과야 어찌 되었든 써서 내놓긴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본문에는 쓰지 않았지만, 작가님의 이전 책 《골목도쿄》가 있음은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간 작가가 더 잘 뽑히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의 증거라고 생각했지요. 보통 공모전 공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좋은 기회네요', '저 열심히 할게요' 부류의 내용이 대부분이잖아요? 크게 모나지 않은 내용의 댓글. 그러나 그건 사실 '저요! 저요! 저 여기 있어요. 저 좀 봐주세요'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그래서 전 오히려 삐딱한 댓글이 눈에 띄었죠. '어차피 그들만의 리그'라는.

심사위원에게 작가 프로필이 제공되냐는 '글맛' 작가님의 댓글은 예리한데, 브런치는 당당하게 "블라인드 심사 아닙니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럼 심사위원도 작가인데, '작가가 작가를 뽑는 구조에서 지인 찬스를 100% 방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죠.

그런데 브런치는 출간작가조차 많은 곳이죠. '출간작가도 떨어지는 곳인데, 내가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자기 합리화를 했습니다만, 작가님의 댓글을 보면서 '역시 운인가(?)' 하는 소소한 위로와 참고가 되었습니다. 당선 작가님도 낙선과 상실감을 겪었다는 건 작가님들의 브런치를 보면서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혜화동오로라' 작가님도 비슷한 경험을 남겨주셨죠. 전 탈락 후기를 봤었는데, 최근 당선 후기도 쓰셨군요(음 후보선정 메일은 10일 전... 메모).

이런저런 이유로 공정한 게 맞나 싶은 공모전일지라도... 몇번의 탈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을 쓰신 작가님이기에 응당 '될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몇 당선 작가님께서 제 브런치를 방문해주셔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습니다. 변방에서 몰래 글을 쓰고 있었지만 그래도 작가님의 작품을 언급하는지라 사실 의도치 않게 실례가 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정리해보면 중요한 건 일단 뽑힐 글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저도 하나하나 축적하는 느낌으로 쓰고 있습니다. 좌절도 즐기면서요. 어차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면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는데...'하는 것이 다소 아쉬울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있었던 카카오 mm 보다 더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대화이니 당연하겠지요. 꼭 당선 작가라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 시간을 들여서 장문의 글을 따로 남겨주셨다는 것이 작은 감동이었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추가 내용)



브런치 공모전 수상 '후보작' 메일은 당선 발표 10일 전. 혜화동오라라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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