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억지로 짜내는 글은 써봤자 티가 난다는 거지요. '제출용' 글을 쓰는 것보단 쓰이는 글을 추구한다는 작가님의 글을 고이 접어 마음 서랍에 보관했다가 가끔 꺼내 보며 '작가다움'을 충전하곤 합니다.
저는 감히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라고 말할 깜냥은 안됩니다. 관련 전공도 아니고 이렇다 할 결과물로 증명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위의 진샤 작가님 글에 소심한 반론을 하나 추가하고 싶은데, 그건 숙제 같은 글이라도 한 번쯤 이야기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독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마감'이 없으면 끝이 안 납니다. 공모전에 응모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어쨌든' 완성을 시킨다는 겁니다. 물론 결과물은 내 마음에 백 퍼센트 만족스럽진 않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더라도요. 그래도 일단 매듭은 짓습니다.
뭔가 부족하다. 좀만 더하면 역작(?)이 될 것 같다. 글에 애정이 있다면 미련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이라는 건 없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어느 정도 타이밍에서 그만 놓아줘야 하는 게 좋은 걸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발간하든가, 아니면 포기하든가요... 장르를 바꿔서 게임 개발을 예로 들어봅시다. 베이퍼웨어 (vapo(u)rwar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나온다는 이야기는 무성한데, 실체가 나오지 않는 게임을 말합니다. 그중에서 결국 나오고야 마는 작품도 있지만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는 더 많습니다. 베이퍼웨어의 대표작으로 '가장 긴 개발 기간을 가진 비디오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듀크 뉴켐 포에버'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의 개발 기간은 무려 14년이었습니다. 1997년 4월에 나온다고 발표해놓곤 2011년 6월에야 출시되었지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일단 너무 오래 걸리면 그동안 주변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게임기의 발전 등) 거기에 맞춰 기존의 작업물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정하면 때를 놓치고, 또 수정하고 또 하고 하면서 돈은 돈대로 까먹고 개발자의 의욕은 떨어졌습니다. 결국 14년이나 개발했다는 그 게임은 기다림에 비해 실망스러운 그저 그런 결과물이었다고 합니다.
듀크 뉴켐 포에버의 사례가 단순히 게임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어떤 순간은 시간에 쫓겨 달려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유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아드레날린에 쫓길 때 나오는 아이디어도 있는 법이죠.
그래서 말인데, 지금 쓰고 있는 글이 5화 정도 됩니다. 앞으로 5화를 더 쓰면 브런치북 발행의 최소 충족요건(10화)은 되겠죠. 아 물론 글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화가 대략 5,000자 정도 되므로 반으로 잘라서 2,500자 두 화로 나누면 지금도 발행은 가능하니까요. 그러나 그건 제가 만족스럽지 않을 겁니다. 건방진 생각일 수 있으나 저는 '내 글이 드라마화된다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씁니다. 원래 제가 김칫국 하난 잘 마시죠. 어쨌든 드라마가 중간에 뜬금없이 끝나면 이상할 겁니다. 아무리 망한 드라마라도요. 그래서 좀 더 써야 해요.
문제는 시간이군요. 지금 진도를 보니 대략 이틀에 한 화 정도 발행하고 있는데요. 제 기준으론 다른 일을 하면서 쓰는 것 치곤 '다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앞으로 남은 일수를 보면 의외로 간당간당합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기준으로 대략 22일 남았으니 앞으로 10화 정도면 이 이야기를 매듭지어야 할 겁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한 시즌에 12화였으니, 15화 내에 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텐데요. 앞으로 할 이야기를 모아놓은 노트를 보면 저도 시즌제를 해야 하게 생겼습니다. 어쨌든 부지런히 써야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
지칠 땐 다시 진샤 작가님의 글을 꺼내 봅니다. 공모전용 글이지만 억지로 짜내는 글은 되지 않도록 쉬엄쉬엄 부지런히 쓰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