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좌절이 맛있대
그렇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전 비교적 담담합니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대충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거든요.
당선 발표를 본 소감은 우선 '또 출간 작가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는 프로이니까 뭔가 다르긴 하겠지'라는 생각과 '프로라고 하면 뭔가 다르게 보이긴 하겠지'라는 생각이 공존하였습니다. 둘 다일 거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저 말 없는 사진처럼 덩그러니 보여줄 뿐입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이를 촬영한 심사위원의 생각을 과도하게 해석해보는 건 피곤만 가중시킬 뿐이겠죠. '내 글을 보기나 했을까? (어디서 빠진 건 아닐까?)', '내 글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같은 것 말이에요.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다고 했을 때 그가 원래 좀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당연하지만 제가 그러겠다는 건 아니에요. 인정받지 못하는 '지망생'의 괴로움은 그 정도 급이었구나 하고 새삼 공감이 가는 거지요. (사실 빈센트 반 고흐 정도면 아주 인정 못 받고 생을 마감한 것도 아니긴 한데, 그가 흔히 그런 이미지로 자주 인용되는지라...)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떠난 인연은 그저 인사를 할 수밖에 없지요. 날 뒤돌아볼 일 없는 그 뒷모습에 대고 들릴 리 없는 작별 인사를 합니다.
안녕.
그 밖의 감상.
#1
확실히 '동화'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독자가 특정 연령이나 젠더에 국한되지 않았는가'라는 의미가요. 특정 연령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건 역설적이게도 애들이 읽기에도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죠. 공모전 당시 누군가 "19금 (야한 의미 아님) 써도 되나요?"라고 했던 질문에 공모전 담당자는 "네 상관없습니다^^"라고 답변했지만, 그 답변 앞에는 "어차피 안 뽑을 거니까"가 생략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2
저는 제목을 좀 제목답게 (?) 쓸 필요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글의 제목을 길게 쓰는 편인데요. 이런 걸 흔히 '문장형' 제목이라고 하더군요. 웹소설류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데, 제가 그런 글을 너무 많이 봐서 전염되었다기보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은 글 쓰는 사람도 많고 글이 워낙 많다 보니 '과연 본문은 읽기나 하는 걸까?' 불안한 거죠. 그래서 제목에 가급적 본문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담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당선작들을 보니 제목이 간단하군요. 음 역시 이것도 프로의 솜씨일까요?
#3
그나저나 안데르센 공모전 응모작들은 이제 당분간은 어디에도 쓰기 애매한 글이 되었다는 것이 좀 속상해요. 안데르센 공모전 전용 글들이었으니깐요. 프로는 아닐지라도 똑같은 흥분으로 잠도 안 자고 쓴 글이랍니다. '썼으니깐 당연히 뽑아줘!'라고 떼쓰는 건 아니지만 '얘네 (응모글)를 어쩜 좋으니?'라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일단은 따로 매거진을 만들어서 옮겨놓아야겠어요. '나의 펄프 매거진'은 만들어 놓은 목적이 사실 얘네들을 위한 방이었거든요. 이게 상당히 이전부터 만들어 놓은 거였는데... 그때 이미 저는 뭔가 운명을 직감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