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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Aug 18. 2021

브런치 공모전 발표와 사형수의 역설

당선 발표전 미리 자신의 운명을 예상할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소나기 좀 몇 번 내렸다고 하늘빛마저 달라지고 밤에는 제법 선선하군요. 뜨거운 여름 동안 열심히 영글어낸 브런치북이 과연 추수될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브런치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10인의 수상자 展을 공지하였습니다. 발표는 2020년 12월 21일에 된 건데, 책이 이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저의 눈길을 끈 건 이동호(호호동호) 작가님의 글이었습니다. 작가님 브런치를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글인데, 브런치에서 발표일 전에 작가에게 메일이 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선작'이 아니라 '후보작'이라는 것도 있고 그것도 따로 연락이 간다는 것도요 (그리고 수상작 선정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밀리의 서재X브런치 공모전 때도 어떤 작가님께서 발표 하루 전에 공모 공지글에다 댓글로 '당선 작가님들은 이미 연락이 다 갔겠지요?'라고 적어주셨는데,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시점이 참 궁금했습니다. 호호동호 작가님은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해주시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런 것이 있다는 존재 자체는 밝혀주신 것입니다.


그 글을 읽으며 저는 문득 '사형수의 역설'이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편의상 나무위키를 좀 인용하겠습니다.


#사형수의 역설
Unexpected hanging paradox

어느 사형수는 이번 주 월-금 어느 하루 정오에 처형될 것이라고 선고를 받는다. 한편 이 나라에는 사형은 반드시 사형수가 예상치 못할 불시에 집행되어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

여기에서 사형수는 생각 끝에, 절대로 자신이 사형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목요일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면, 금요일 아침엔 분명히 금요일 정오에 사형이 집행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금요일에는 사형이 집행될 수 없다.
금요일은 절대로 사형을 집행할 수 없으므로, 수요일까지 처형되지 않는다면 목요일 아침엔 사형이 집행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목요일에도 사형은 절대 집행될 수 없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도 사형을 집행할 수 없으므로, 화요일까지 처형되지 않는다면 수요일 아침에 사형 집행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수요일도 사형은 집행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화요일, 월요일 모두 사형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사형집행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게 사형수는 안심했지만 그 주의 어느 날 (어느 요일인지는 판본에 따라 다르다) 정오 사형수가 예상하지 못한 불시에 사형집행인이 찾아와 형이 집행되었다. 사형수의 논리와 달리 사형이 집행되면서도 법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운 역설을 담고 있지만 그건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선 작가님은 자신이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언제 받는 걸까요?


① 어떤 작가가 브런치 공모전에서 '당선될' 거라고 가정하자. 그럼 브런치는 당선(후보)자에게 예상치 못할 불시에 연락을 주어야 한다.

② 우선 당선발표일엔 당선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D-2까지 연락이 없다면 D-1에 연락이 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D-1엔 당선 연락을 받을 수 없다.

③ 당선 일에도 D-1에도 연락을 받을 수 없으므로, D-3까지 연락이 없다면 D-2에 연락이 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D-2엔 당선 연락을 받을 수 없다.

④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D-3, D-4 모두 당선 연락을 받을 수 없으므로, 결국 작가는 당선 연락을 받을 수 없다. 고로 탈락이다.


아 물론 논리적 허점이 너무 많은 개똥 같은 소리입니다. 그냥 저의 생각과 느낌이 이랬다는 농담이에요. 한편 좀 더 진지하게 추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호호동호 작가님의 다른 글을 보면 수상 후보작 메일이 온 지 며칠 안 되어 당선 연락이 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른 문장에선 '지난주에 수상 후보작이 되었다'고 했으므로, 수상 후보작 연락이 온 날은 '며칠 안 되어 주가 바뀌는 요일'이라고 유추할 수 있었지요. 상식적으로는 토/일은 업무일이 아니므로 아마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요일은 목요일이나 금요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당선 연락이 브런치의 공식 발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연락이 언제 왔을까요? 굳이 쓸데없이 일찍 주진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왜냐면 공식 발표 전에 연락을 받으면 작가가 유포해버릴 우려가 있으니까요. 그건 어떤 분들에겐 '논란'이 될 수 있고 브런치가 굳이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전에 보니 브런치 발표 공지는 발표일이 되어도 통상 업무 시간이 되자마자 올라오진 않고, 생각보다 애타게 늦게 올라오는 것 같더군요. 아마 그 '지연 시간' 동안 작가들에게 미리 연락을 드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대략 이 정도 일정일까요?


2020년 12월 21일, 공식 당선 발표 날이자 어쩌면 작가에게 수상 연락이 개별적으로 가는 날. 이날은 마침 또 월요일이네요.


그러면 전주이자 며칠 전이라면 12/17 (목)이나 12/18 (금)에 수상 후보작 연락이 갔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수요일일지도... 그때까진 어느 정도 수상 후보작 정도는 추려진다는 거겠죠. 몇 배수를 추리는지는 모르겠으나 담당자의 실수(?) 에피소드를 보면 두 배수를 추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며칠~일주일 사이 일정 동안 회의를 해서 그중에서 수상작을 뽑을 수 있겠죠. 너무 많으면 시간이 걸릴 테니깐.


그러면 적어도 작가님 입장에선 발표일 전주에 나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으면 '아... 수상 후보작에도 못 들었구나'하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라는, 그런...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참고로 윌라X브런치 공모전의 발표일은 2021년 8월 30일(월)이고 일주일 전은 다음 주입니다.


밤바람이 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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