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이 지난 일요일에 마감되었습니다. 저도 또 응모하였습니다.
전 응모분야를 고르는 게 어렵더라고요. 이전 공모전은 '병원 근무 이야기'니까 '일(직업)'을 선택하곤 했는데, 지나고 보니 '에세이'가 맞는 듯합니다.
비록 이전 공모전에서 선택을 받진 못 했지만, 꾸준히 참여한 덕분에 어느덧 저도 두 권의 브런치북을 내놓을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에 제출했던 《괜찮아요. 남산》이라는 브런치북은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시트콤 같은 내용으로 썼습니다. 드라마를 글로 옮긴다는 느낌으로 도전하였는데, 다시 보니 미숙함이 많이 느껴집니다. 특히 등장인물이 여러 명이다 보니 시점과 관련해서 감정 묘사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한적 전지적 작가 시점을 채택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느낌이 들었습니다. 화자가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주인공들이 묻혔지요. 결국 저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탈락한 걸 알자마자 글을 내렸습니다.
윌라X브런치공모전 때는 《괜찮아요. 남산》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결과물은 '에세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건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주인공인 나와 각 에피소드의 환자분 빼곤 다른 인물들은 전부 삭제하였습니다. 하나하나 다 이름을 붙여주고 성격을 부여해준 캐릭터들이었지만 초보 작가가 감당하기엔 정신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신 환자분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여 좀 더 공감이 가도록 써보았습니다. 에피소드도 좀 더 일관되게 정리하기 위해 《괜찮아요. 남산》에서 많은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변환' 정도의 작업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거의 새로 쓰는 수준이 되어 '얼른 하고 브런치북을 하나 더 써야지' 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하나 만드는 것도 벅찼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서 응모한 것이 《우리가 처음 만난 곳: 산부인과》입니다. 그리고 훌륭히 떨어졌지요. ^^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에서는 《우리가 처음 만난 곳: 산부인과》에 에피소드를 2편 정도 더 추가하고 윌라X브런치공모전 때 생각만 하고 못 썼던 새로운 브런치북을 써야겠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기존 브런치북의 내용 추가는 결국 못 하고 새로운 브런치북만 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의사: 일반의》입니다.
새로운 브런치북이지만 내용 중 일부는 《괜찮아요. 남산》에서 나왔던 에피소드의 변주가 들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괜찮아요. 남산》에서 지금의 두 브런치북이 갈라져 나온 셈입니다. 이렇게 보니 《괜찮아요. 남산》은 작은 지면에서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브런치북이었고 그만큼 정리가 잘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불 킥 감이었군요. 그러나 지금도 애정을 가지고 보관하고 있는 원고입니다. 삭제된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들을 나중에 활용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의 개인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 또분석해보겠습니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은 2021년 9월 13일부터 10월 24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응모된 브런치북은 총 5848개, 작가님은 총 3628명. 이 중에서 단 10명만 출판사의 선택을 받습니다. 사실 추가로 최대 5명(신경 쓰이게 '최대'라는 단어는 왜 들어가 있을까요)은 와디즈 특별상이라고 해서 와디즈에서 '펀딩' 지원을 해줍니다만, 엄밀하게 말하면 펀딩은 '되면 되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이기 때문에 약간 미묘합니다(그래서 그런지 브런치 공지에서 느껴지는 취급도 약간 미묘...). 따라서 딱 출판만 놓고 생각하면 경쟁률은 362.8대 1, 당선 확률은 0.27%입니다. 응모 작품수로 따지면 당선 확률은 더 낮아져 0.17%입니다. 역대 브런치 공모전 중 최고의 경쟁률입니다. 브런치 앱은 자꾸 '이번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알림 보내지만... 그냥 마음을 비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군요.
#응모된 브런치북 분석
- 평균 글 개수는 16~17화 - 평균 총시간은 54.9분 - 한 화당 평균 시간은 3.5분 - (의미는 없어 보이나) 평균 라이킷 수는 3.5개
끝으로 올해 브런치에서 진행되었던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과 윌라X브런치공모전을 비교하며 작가님들의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저처럼 밀리의서재 공모전도 응모하고 윌라 공모전도 응모해서 둘 다 낙방해도 제9회 브런치북 공모전에 또 응모하시는 작가님, 밀리의서재 공모전은 응모했지만 윌라 공모전은 쉬고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신 작가님, 윌라 공모전 때 처음 응모하여 이번에 다시 도전하시는 작가님, 제9회 브런치북 공모전이 처음이신 작가님,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당선 포함) 공모전 도전을 쉬고 계신 작가님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브런치 여정은 다양한 갈림길이 있는 거지요. 저도 궁금해서 각각의 길마다 몇 분의 작가님이 계시는지 한번 그려보았습니다.
지하철 노선도 같은 느낌
올해 3번에 걸친 공모전 동안 총 9043개의 브런치북과 5403명의 작가님들이 공모전에 도전(유입)하였으며, 이들 중 일부 작가님은 당선되셨고 다른 일부 작가님들은 다음 공모전에 응모하지 않아 3195개의 작품과 1775명의 작가님이 빠져나가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에 이른 겁니다. 어마어마하군요.
한편 브런치 공모전은 수상자 발표 전에 수상 후보작은 연락이 간다는 걸 알았는데요. 수상자 발표는 12월 15일에 한다고 하므로 기존 공모전의 사례를 볼 때 아마 후보작 선정 메일은 12월 5일이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혹시나 기다리고 계시다면 마음의 준비를 일찍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