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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Oct 27. 2021

출판사는 정말 내 브런치북을 볼까요?

호호동호 작가님의 체험담을 읽고 남기는 글


이전에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후기에서 솔직히 심사위원들이 제목 혹은 첫 몇 화만 보고 넘기는 응모작(그게 내 브런치북일 수도 있고)들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 서운한 감정이 듬뿍 담긴 예상 글을 썼던바 있습니다.



그런데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에 당선된 호호동호 작가님의 <작가 체험기> 글을 보니 제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작가님의 글에 다 있으니 저는 저장용으로 느낌을 남겨놓겠습니다.


1. 각 출판사에게 모든 응모작들을 다 제공하고 그중 하나를 뽑는 방식이라서 좋습니다.


브런치북을 공모전에 응모하는 마지막 단계로 응모 분야를 선택한다


밀리의 서재나 윌라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해당 공모전 응모 당시 저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의의로 '응모 분야' 정하기였습니다. 고민했던 이유는 그 두 공모전의 경우 밀리의 서재나 윌라라는 마치 하나의 출판사 같은 곳에서 심사위원 작가님에게 작품 선정을 위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 심사위원들은 전문 분야도 다 다르고 취향도 뚜렷하게 달랐지요. 그래서 내가 응모분야를 에세이라고 했다면 에세이 분야의 심사위원에게 배정되고, 일(직업)이라고 했다면 좀 더 그쪽 관련 심사위원 (예를 들면 기자님이라든지)에게 배정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엉뚱한 곳에 응모하면 결과가 별로 좋지 못할 거라고요. 물론 브런치는 응모 분야는 당선에 영향을 안 주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거면 굳이 '응모 분야'를 왜 만들어 놓은 건지 용도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공모전은 결국 '밀리의 서재 출판사' 혹은 '윌라 출판사' 한 곳에서 진행한 겁니다. 심사위원들이 정말 충실하게 읽어 준다 해도 내 글이 읽힐 기회는 어쩌면 한 번뿐인 셈이지요.


그런데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은 성격이 약간 달라 보입니다. 응모작이 4,000여 편이라고 했을 때 출판사가 10곳이라고 해서 각 출판사에게 400편씩 나눠서 배정되지 않고, 그냥 4,000편을 각 출판사들이 전부 받아서 선발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굳이 브런치 공모전을 통해 작품을 응모해야 출판사에게 내 글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며, 정말 내 글이 좋다고 생각하면 직접 출판사 문을 두드려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의 선발 방식이 정말 그랬다면 '와! 편하게 출판사 10곳을 자동 응모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출판사마다 하나만 뽑는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적어도 내 브런치북이 각 출판사 별로 한 번, 그래서 총 10번은 검토되긴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뭔가 이득 본 느낌입니다. 당선 확률은 더 낮은데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말입니다. 또한 이런 방식의 선발이라면 응모 분야 선택은 정말 당선에 크게 상관없겠구나 싶어요.


2. 응모작을 다 읽지도 않고 패스할 거라는 생각은 편집자의 전문성과 열정을 과소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호동호 작가님도 선정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을 땐 출판사에서 어느 정도 제목과 목차만 보고 출품작을 거를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편집자는 그 많은 응모작들을 모두 읽어 본다고 하는군요. 응모작이 워낙 많으니깐 한 출판사 내에서도 담당 부서 여러 명이 나눠서 읽긴 해도, 여러 번에 걸쳐 서로 교차 검토해 가며 계속 추려내어 최종적으로 선정한다고 하니 특정인의 취향이 그나마 좀 덜 반영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하게 객관적일 순 없더라도요. 그리고 참 힘든 일이겠구나 싶습니다. 그야말로 '업무'네요. 밀리의 서재나 윌라 공모전도 사실 보이지 않는 편집자들이 이런 사전 작업을 먼저 해서 후보작을 추리고 난 뒤 표면적으로 홍보된 심사위원들이 그중에서 선정한 거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솔직히 그 편이 더 나아 보이고요. 작가님들이 쓰는 건 전문이라고 해도 읽는 거를 편집자만큼 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한편 전 '행여 좋은 작품을 놓칠까 봐'라는 편집자의 말이 따스하게 들립니다. 혹시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정성껏 읽어주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는 이전 공모전의 어느 심사위원의 심사평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은 도저히 못 하시겠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어차피 응모한 작가 본인도 자신의 브런치북에 나르시시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글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응모한 작가 자신이 더 잘 알 텐데 그걸 굳이 후벼 파는 (그렇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심사평을 하는 건 전 좀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공모전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브런치북이 쏟아져 나왔으니 각 출판사의 편집자님이 더 많이 고생하실 것 같습니다. 결과 발표일을 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D-DAY 어플에 등록도 해놓긴 할 건데요. 공모전 기간 동안 작가님들이 고생하신 만큼 발표일 전까진 출판사가 열심히 검토해주실 거라 믿으므로 전 전~혀 기대 안 하고 있을 거예요.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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