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분석 글로 라이킷을 받아서 좋은 점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 작가님 브런치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브런치가 '작가'라는 명칭을 남용해서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한탄, 독자보다 작가가 많아져 버린 시대에 대한 고민, 공모전을 응모하며 쓰신 포부 등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작은나무 작가님의 브런치 글을 보고 느낀 점을 남겨봅니다.
이때가 윌라X브런치 공모전이 진행 중일 때 나온 (아마도 홍보용) 기사인데요. 당시 6월이었고 4만 4000명의 작가가 활동 중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작은나무 작가님이 찾은 기사에서는 (10월 초 기준) 4만 7000명의 작가가 등록되어 있다고 언급되었습니다.
그럼 4개월 만에 3000명 정도의 작가님이 새로 등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은나무 작가님은 브런치가 생긴 지 약 7년 정도 되었으니 단순 계산으로 매일 19명의 작가가 브런치에 입성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 자체도 매우 많은 수이긴 하지만, 최근 4개월은 매일 25명의 작가님이 입성하신 것이죠. 어쩌면 브런치 작가의 증가는 직선을 그리지 (산술급수적이지) 않고 곡선을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미디엄(Medium)을 따라 한 건가 싶었던 브런치였지만, 지금은 국내의 글쓰기 플랫폼 중에서는 유튜브만큼의 인지도를 가질 만큼 성장한 듯합니다.
한편 작은나무 작가님 덕분에 저도 국내에 브런치 외 다른 글쓰기 전문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긴 동영상도 유튜브만 있지 않고 트위치, 아프리카TV가 있는 것처럼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런치를 좀 더 일찍 시작할걸...'이라는 생각을 하는 작가님이라면 다른 신생 플랫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기사에서 소개한 6개의 플랫폼 중 브런치를 제외한 다른 플랫폼들에 대한 제 생각을 남겨봅니다(기사 본문에 링크라도 남겨줬다면 좋았을 텐데...).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이 문장이 브릿G의 성향과 장점을 모두 말해줍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번 한적은 있었어요. '아니 이렇게나 인기 폭발하는데 출판사는 자기만의 고유한 글쓰기 플랫폼은 안 만드나? 브런치가 재미 보는 걸 보면 군침 돌만도 할 텐데...'라고요. 그런데 제가 안 찾아봐서 그렇지 이미 있었네요. 브런치보단 역사가 짧아도 2017년부터 서비스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플랫폼의 성격은 황금가지라서 그런지 출판 장르문학의 색채가 매우 강합니다. 미스터리물이나 SF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이 브런치에 계신다면 브릿G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향후에도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출판사라면 브릿G처럼 직접 플랫폼을 따로 운영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출판사에 원고를 응모하던 모습이 시대에 맞춰 형태가 바뀐 느낌으로요.
음... 네이버 시리즈는 사실 브런치보단 카카오 페이지와 대응되는 플랫폼입니다. 네이버에서 브런치 같은 걸 찾자면 아마도 네이버 웹소설일 것입니다. 여기서 유명해진 작품이 시리즈에 올라가지 내가 처음부터 시리즈에 올릴 순 없으니까요. 그럼 네이버 웹소설은 어떤 곳인가 보면...
네이버 웹툰과 도전 만화의 활자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고일 대로 고인 건 둘째치고 장르가 거의 다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남녀, 남남, 여여... 표지에 누가 등장해도 성별과 상관없이 미남 미녀가 꽁냥꽁냥거리는 곳에서 전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도 다양한 장르가 출품되길 바랐던 모양인데 지금은 아예 그쪽으로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듯합니다. 그것도 전략이고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로맨스, 판타지물이 실제로 많이 팔리는 장르란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전 못 쓸 뿐^^;;
씀은 스마트폰 전용 플랫폼입니다. 저도 스마트폰으로 글쓰기 좋은 앱을 찾다가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한번 설치해서 써 봤던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보기 예쁜 거랑 쓰고 관리하기 편한 건 다른 거더군요. 제가 사용하기엔 불편해서 얼마 뒤 삭제했습니다. 플랫폼 자체가 짧은 글을 쓰도록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가장 어울리는 건 아무래도 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시 전 시는 잘 못 쓰기 때문에...
한편, 씀은 하루 두 번 새로운 글감을 제공합니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능이긴 하지만, 이미 쓰고 싶은 주제가 정해져 있고 그것만 쓰기에도 바쁜 작가님에게는 불필요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 브런치가 성공한다면 누군가 이를 벤치마킹할 거라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렇다면 후발주자는 글 좀 만진다고 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은데, 하나가 출판사라면 다른 하나는 언론사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topclass는 뭐고 topp는 뭔가 했더니 조선일보였군요. '조선일보'라는 단어만 들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한국의 대표 언론사 중 하나이므로 주목할만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라온 글들을 보면 브런치와 흡사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과 삶에 대한 철학과 정보를 깊이 있게 나눈다고 하는데, 그런 거라면 지금 브런치 작가님들이 많이 쓰고 계신걸요. 브런치 작가님들이 topp 가서 활동하셔도 될 만큼 글의 성격이 거의 비슷하게 호환됩니다. 대신 topp의 장점은 조선일보가 뒤에서 도와준다는 겁니다. 조선일보가 포털에도 실어주고 단행본으로 출간시켜주기도 한다는데, 아마 단행본은 이런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각종 자극적인 문구가 어지러운데요. 계속 얼마 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인생에 돈은 중요하고 저도 제가 하는 일들의 가치를 종종 돈으로 환산해보곤 합니다만, 정도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큰돈 벌었다고, 그것도 화수분처럼 계속 벌고 있다고 여기저기 대놓고 홍보하면 저는 두렵더라고요.
하루에 매출 1.9억 벌었다? 정확한 사실은 기자도 모르는데 돈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레퍼토리인데... 예전에 자칭 '주식 부자'라고 하던 분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분들 하는 방식이 실체는 안 보여주고 계속 고급 외제 차를 보여준다든지 기부(약정) 액수를 자랑한다든지 그런 식이었죠. 그래서 그분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더라... 전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비록 플랫폼이 수상해보일지라도 작가 활동을 하는 것 자체는 돈을 벌면 벌지 딱히 손해 보는 일은 아닐지도 몰라요. 그럼 어떤 글들이 있는지 구경해볼까요?
자 이런 건데... pdf를 29만 원에 판다는 건 자청 작가님 본인의 책뿐입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29만 원의 값을 매겨놨나 보면 어... 음... 다른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다른 전자책들은 자청 작가님처럼 받을 수 없어서인지 종이책 가격과 비교하면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보다 비싸지만) 그래도 한번 사볼 수는 있겠다 싶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내용이나 책 홍보 글을 보면 전반적으로 다들 비슷한 성향이 느껴집니다. 어떤 느낌인지는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홍보 글만 봐도 무섭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그런 의미로 이 플랫폼은 저랑은 좀 안 맞을 것 같습니다. 만약 지원하실 작가님이 계신다면 실용서 계열의 글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스터리/SF → 브릿G 로맨스/판타지/무협 → 네이버 웹소설 시 → 씀 에세이/기타 전문 글 → 브런치 혹은 topp 실용서 → 프드프(?)
따라서 글쓰기 플랫폼이 많아졌다고 해도 현재로선 아마 브런치에 글 잘 쓰던 작가님이라면 아직 마음에 드는 다른 선택지가 딱히 없을 것 같습니다. topp 정도는 같이 해볼 만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르는 브릿G도 마음에 드는데, 쓰는 건 별개의 문제라서 전 쉽사리 도전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