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는 알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다. 글을 읽다보면 그 사람의 목소리를 몰라도 마치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영상은 자극적이고 화려하지만 끝나고 나면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글은 글 자체가 남는다기보다는 그 글을 읽고 난 직후의 어떤 느낌과 떨림, 그 글이 전해준 강인한 스파크가 가슴과 두뇌에 박힌다. 여러분이 만약 단편 영화를 찍는다면, 가장 중요하게 여길 부분은 어떤 곳일까? 모르긴 몰라도 줄거리, 즉 스토리일 것이다. 사람들은 스토리에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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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는 다르게 영상은 글에 비해 오히려 지루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영상은 시청각을 모두 동원해야하는 까닭에 글에 비해 표현의 자유도가 떨어지는 까닭이다. 똑같은 내용을 말로 설명하는것과 글로 설명하는건 효율면에서는 말쪽이 유리하지만, 지루함의 측면에선 말이 더 지루한축에 속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에 비해 오디오북의 청취율은 왜 이렇게 낮을까? 기억에 남지 않고 자꾸 집중력이 흐려지며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설거지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다면, 오디오북이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그 오디오북의 내용은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는다. 둘 중 무엇이 더 우월하다기보다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분들의 생각과 느낌을 허심탄회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간편한 방법은 언제나 글이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나서 10분 정도가 지나면 이 글 내용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은 후 스스로 느끼거나 생각한 것은 마음에 남는다. 그게 좋은 느낌이든 나쁜 느낌이든간에. 그리고 이건 꽤 오래간다.
글은 생각을 잡아먹는 녀석이다. 악플의 파괴성은 내가 입증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 것이다. 시험을 목적으로 한 공부, 예를들어서 자격증 공부는 동영상 학습이 더 훌륭하고 효율이 더 뛰어날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부분이나 삶에 인사이트가 되어주는 내용들은 글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 기억은 오래가기 때문이다.
어떤 객관적인 표현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은 글로 하는게 가장 낫다. '고무적이다'라는 표정을 동영상으로 연출하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연기자가 필요할 것이다. '안온한 밤'은 어떤가?
글은 표현이 자유분방하고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것에 서툰 경향이 있다. 글을 쓴다는건 자기 자신으로서 객관화하는 과정이다. 지피지기를 하려면 우선 자신을 잘 알아야한다. 평생을 자기에 대해 모른채 사는 사람들도 많다. 또, 평생 일기를 쓴다해도 자신을 100% 알지 못할수도 있다.
오늘 도서관에 다녀왔는데 방학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오전부터 주차장이 꽉 차있었고 사람들이 많았다. 수도권에 업무차 갈 때면 거의 항상 대형 서점에 가보는데, 갈 때 마다 많은 손님들을 본다. 방금 페이스북에서 항상 좋은 정보를 공유하시는 모 교수님의 훌륭한 글을 만났다. 훌륭한 글을 만나면, 나는 '고무적'이 되고 '안온한 밤'이 아니라 그 글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밤을 보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