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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Mar 13. 2020

브런치에는 왜 광고가 없을까?

나는 예전부터 브런치에도 광고를 달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이니까 광고주를 모으는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이미 많이 있다.


나는 카카오 주식을 갖고 있는 한편으로 브런치에 종종 허접한 글을 덩그러니 써두고 도망치듯 다른 일을 하는 편이면서도 브런치 자체의 운영 방식을 존중하지만, 광고만큼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든 콘텐츠 제작자가 돈을 위해서 콘텐츠를 만드는건 아니다. 자신의 아이디어 표현과 관심 받는걸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동기가 오래 유지되고,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려면, 언젠가는 수익화가 가능해야한다. 제작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동영상 SNS인 유튜브에 왜 전세계가 열광하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만들면서도 수익화가 손쉽게 가능하기 때문 아닌가. 


돈의 지배를 받지 않는 콘텐츠는 찾기 어렵다. 콘텐츠에서의 돈은 곧 성과다. '돈과 무관한' 글을 쓰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책을 낸 작가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책을 냈다고해도 당장 슈퍼스타가 되진 않을 뿐더러, 책을 통해 돈버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수익성을 가질 수 있으면 더 훌륭한 작가, 더 훌륭한 글쟁이, 더 재미있는 소재를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페이지'라는 앱에서 웹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걸로 알고있지만, 제작자의 접근성이 뛰어난건 아닌듯 하다. 지금은 특정 주제로 한정되어 있어서 개인이 만드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 우리는 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브런치에서 작가들에게 되돌려줄만한 혜택은 브런치북을 통한 책 출간 정도다. 그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면, 꼭 브런치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책을 낼 수 있다. 브런치가 초보 작가들에게 등용문이 될지 모르겠으나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페이스북이 더 나은 선택지일지 모른다. 초보 작가들이 쓰는 솔직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글만 있는 브런치는 독자들에게도 유익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분들이 브런치에 쓴 글을 링크로 공유하지 않고 텍스트로 복사해서 페이스북에 공유한다. 왜? 


며칠 전, 브런치에서 흥미로운 주제의 글을 메인에서 발견했다. 제목이 대단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읽지 않을 수 없는 글이었다. 1월 글이 왜 지금에야 떴는지는 모르겠다.

https://brunch.co.kr/@highstem/102


브런치 홈과 메인에서 천편일률적인 주제들만 계속 보이는 이유도 수익성과 상관관계가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브런치에서 메인에 뜰 글을 골라내는 에디터의 픽이 잘못됐다고 하기보단 브런치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특유의 미지근한 물과도 비슷한 문화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주제가 다 거기서 거기인 이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내가 모르는 활동 분야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브런치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건 이것대로 또 문제가 있는셈이다.




브런치에서 볼 수 있는 글의 주제가 다양하지 않다는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공개된 장소에 글을 쓰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일단 읽는 사람이 있어야 내 이야기가 전달되는것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쓰고싶은 이야기보다는, 메인에 뜰만한 주제를 선정해서 글을 쓰는게 괜찮은 전략이다. 


메인에 한 번 떠서 달콤한 조회수 폭탄과 트래픽을 맛 본 사람은 마치 중독자처럼 조회수에 이끌리게 된다. 나는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으로 글을 쓰는게 무조건 나쁘다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브런치에서 조회수는 그저 공허하다. A라는 글이 메인에 떠서 수백만명이 읽었다고 해보자. 그래서 어쩌란건가? 글쓴이는 무엇을 얻었나?


지금껏 많은 작가분들이 브런치에서 활동하다가 블로그로 이전했다. 블로그는 광고를 달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은 글을 쓴다면, 블로그가 더 낫다는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심지어 검색까지 잘 된다. 


브런치에는 많은 예비 작가들과 기성 작가분들이 계시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가 좋아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브런치 특유의 감수성과 분위기는 물론 매력적이지만, 브런치 자체가 좋아서 글을 쓴다기보다는, 글쓰기를 원할 때 브런치만한 매체가 없기 때문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보고 있다. 이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브런치를 대체할만한 매체가 나온다면 그쪽으로 옮겨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글을 직접 쓰는 작가들에게도 광고는 아주 유익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소소하지만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 글을 더 오래도록 쓸 수 있고 더 개선할 수 있다. 




과거에 디지털 소비자들은 광고라면 치를 떨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광고가 보편화되었고 누구도 콘텐츠를 볼 때 광고가 나오는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튜브 동영상에 광고가 나온다고해서 제작자를 욕하는 사람이 있는가? 광고는 시스템이 하는 일이지만, 수익은 제작자와 시스템이 공유한다.


예전에 브런치는 아주 심플했고 이 심플한점이 최대 장점이었다. 이제는 시스템 자체도 꽤 복잡해졌다. 브런치북과 매거진 등이 추가되면서 솔직히 뭐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싶을 뿐인데. 


나는 어떤 서비스를 운영하는 운영자분들이 해당 서비스에서 활동하지 않는걸 정말 이상하게 생각한다. 글로벌 서비스들 중 대부분에서 직원들이 그 서비스를 자유롭게 개인적으로 이용한다.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그 좋아하는 기능들이란게 대체로 일반 사용자들의 수요와 거의 일치한다.


브런치 서비스 운영자나 에디터께서 활동하는 개인 계정을 알고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란다. 만약 해당 글의 제목이 다음과 같다면, 나는 구독 버튼을 누르고 다음 글에 알림 설정을 해두고 기다릴 것이다.

<브런치 메인글 선정하다가 탈모 왔습니다>

<브런치 에디터가 말하는 브런치를 퇴사하고 싶은 이유 11가지>

<브런치 공지사항 글 악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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