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사람은 반드시 글을 쓰도록 돼 있다.
내가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이유는 생각이 너무나도 많았던 탓에 이걸 어딘가에 토해내지 않으면 죽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면서 겪는 신기한 경험은 생각이 정리된다는 점이다. 뭔가를 글로 정리한다는건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글이 곧 생각이다. 머릿속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글을 집중력있게 쓰지 못한다. 정신이 산만한 사람의 텍스트는 그의 정신처럼 산만하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되지 않는다.
글은 검색이 가능하고 원하는걸 빨리 찾을 수 있으며 원하는 부분만을 발췌해서 읽을 수 있다. 수정이 쉽고 빠르고 가벼우면서 데이터도 적게 든다. 그런데 다른 미디어에 비해 생각은 가장 많이 들어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되길 바란다. 하지만 글쓰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이들에게 글쓰기를 강요하고 싶진 않다.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누군가는 몸짓으로, 춤으로, 말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패턴이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공개된 곳에서 공개한다는건, 방식은 다를지언정 원리는 모두 같다. 글은 그 중에서 가장 편리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예전에 유명 작가들의 강연을 여러 차례 들었었는데, 글쓰기에 무슨놈의 방법론이 그토록 많은지 나는 진절머리가 났다. 국어사전도 씹어먹으면서 외워야하고, 무슨방법, 무슨방법에 따라 글을 써야하고 기승전결이 어쩌고 저쩌고... 물론 공부하고 나면 도움이 되겠지만, 글쓰기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글쓰기 자체를 숭고한 작업처럼 여겨지게 해서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글쓰기는 재미가 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편이고 실제로 글쓰기는 아주 재미있는 취미 또는 그 이상 중 하나다. 비즈니스 글쓰기는 규칙을 따라야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글쓰기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휘갈기듯 쓰는게 훨씬 낫다. 그래야 좀 더 솔직해지고 투명해지면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자유가 중요한만큼, 콘텐츠 제작에서의 자유도 매우 중요하다. 욕을 하고 싶으면 욕을 할 수 있어야하고 표현하고 싶은게 있으면 표현할 수 있어야한다. 단, 다른 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에서 말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글쓰기는 도움이 된다. 생각을 정리하는데에도, 잊어버리는데에도. 모든걸 기억하긴 어렵다. 시원하게 토해내고 그대로 잊어버려야한다. 그래야만 더 중요한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