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제목! 영화도 있음.

<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김승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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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은 아름다운 소설이다.


20세기초 미국의 골드러시와 대철도시대, 모든 것을 연결하기에 바쁜 근대적 이성이 폭주하던 시기, 육체노동자로 시즌마다 늘어나는 목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북서부 캐나다 접경 지역에 도착한 고아 로버트 그레이니어가 우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나무를 자르고 땀 흘리고 동료들과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 중국 이민자들이 급증하며 나라에서 정한 중국인 차별법안 때문에 갑작스레 죽임을 당하는 중국인 노동자를 거든 이력이 있다. 그는 평생 이 일을 기억하게 된다. 30대가 넘어 그에게도 운명적인 사랑-글래디스가 찾아오고 그들은 꿈만 같은 집과 딸 케이트가 생긴다. 하지만 제재소를 짓는다는 꿈을 위해 마지막으로 벌목 작업에 다녀온 그에게 남겨진 것은 대화재로 소실된 집과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내와 딸의 실종. 그 비탄과 후회와 그리움에 사로잡힌 로버트는 집 주변을 떠나지 않고, 어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터를 지키다가, 마을 사람들(소수민족이라고 해도 좋을 인디언족)의 도움을 받고, 간신히 마차와 말을 빌린 운반업을 하다가 산림 감시원으로 고용된 클레어와 친분을 쌓는다.(원작 소설에서 클레어는 지나가는 역할이지만, 영화에서는 로버트가 흉금을 나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시간은 1960년으로 넘어가고 로버트는 자신의 터전에서 총도 없이, 전화기도 없이, 노환으로 죽을 때까지 그 집에 머문다. 그 사이 언젠가 마치 자신의 딸이 컸다면 그 정도였을 것 같은 야생에서 살았던 것 같은 '늑대 소녀'를 보고, 간신히 간호를 해준 기억이 있다. 하지만 '늑대소녀'는 아침이 되기도 전에 사라졌고, 로버트는 그녀를 자신의 딸 케이트라고 여기기로 한다.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미국 중서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가문비나무 벌목장의 생생한 냄새, 그리고 화재로 사라져 버린 그 레이니어의 집의 풍경,


그리고 우리는 증기 기관차의 기적 소리와 그레니어가 밤에 늑대들과 같이 울부짖는 늑대 소리, 두 가지를 꿈에서 들었던 것처럼 기억할 것이다. 이는 자연-신화 세계의 소리와, 현대화-모던화 되어가는 20세기 미국의 변화의 소리를 뜻한다.


그레이니어의 과거와 현재는 시간적인 방향성이 아닌 뒤섞인 채로 제시된다. 그가 받은 교육은 벌목장에서 같이 땀을 나눈 인종도 출신도 다른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에 해준 이야기들 뿐이다. 이야기는 오래 지속되고, 그는 그 이야기의 의미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집터를 떠나지 않는다. 그 집터를 고집하고 거기서 평생 머물렀다.


아름다움은 때론 무지에서 온다. 이 무지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던 경험들의 축적에서 탄생하는 무지이기 때문에 문득 아름다울 수 있다.


이 소설은 기차가 연결했었지만, 이미 그 오래전부터 연결되었거나 아직 연결되지 않은, 기차로도 닿지 않은 어떤 연결에 대한 몽환적인 우화이다.


문득 기차가 꿈꾸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멀리 왔다고 생각되지만, 그레이니어의 무뚝뚝하고 조용한 삶의 모습이 우리와 그리 큰 거 리르 두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데니스 존슨은 모두가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한 노동자의 삶과, 자연의 변화, 그 시절 그랬을지도 모르는 장대한 자연의 부스러짐에 귀 기울이고, 조용한 침묵과 경이의 순간을 펼쳐 보인다.


분량은 짧지만 상당히 두꺼운 정서를 주는 그런 책.


별점 5점 만점에 4점.


영화는 원작보다는 시간 순서에 맞춰서 보여주고 있다. 조엘 에저튼의 단단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이번 연도 남우주연상 몇 개는 탈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의아한 부분이 있다면 소설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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