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실남실 Mar 18. 2024

간소한 근사한 간지러운

부럽다 나보다 간소한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이

나보다 간소한 책장과 책장에 꽂힌 근사한 책이

부럽다 간지럽게 반복되는 리듬의 전자음악이

그 간결한 구성이

타르 함량이 낮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손이 입으로 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바이러스에 더 감염될까

싸구려 가죽줄은  땀냄새가 절어 있고

시계는 오늘도 3분 늦다 지극히 근소한 차이로

책의 절반은 할부로 구입한 세계문학전집

80년대 전자음악은 대부분 포르노영화에 쓰였다는 사실도

근사한 위로가 될 수 없다 폴라로이드 필름의 마술 같은 간결함이

부럽다 버튼이 하나뿐인 카메라

가볍게 한 손에 들어오면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내 빈약한 상상력을 거의 불구처럼 느껴지게 하는,

오 영원하라

줄담배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쿨함!

펑펑 쏟아지는 청구서 뭉치들과

새로고침되는 은행 알림 문자들

빨갛게 표시되는 빼꼭한 숫자로 갱신되는 오늘 하루가

아직도 3분이나 늦다

하도 많이 읽어서 외우고 있는 문구처럼 위로가 되는

소중한 차이들 간소하게 늘 함께 있어 보고 싶고

항상 간직하고픈 나의 지옥들



매거진의 이전글 매립지의 개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