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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18. 2024

매립지의 개들

무엇인가 바라고 무엇인가 실행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지만 그런 의도 가운데 어떤 것도 자기 것이라 인정할 수 없고, 상대방도 내 의도에 반하지 않은 채 비밀스러운 공모에 가담하여 바라던 바를 이루고, 나도 같은 정도의 성취감을 느끼며 기뻐하지만 내가 상대방의, 상대방은 나의 거울이 되어, 상대방 속에 비친 나의 기뻐하는 표정과 한가운데 비친 상대방의 기뻐하는 얼굴이 무한대로 재생되어 끝까지 쫓다가 현기증을 느껴서 그만, 이 모든 것을 중단하고 싶지만 중지할 수 없는, 영원히 어떤 것도 자기 것이라 인정할 수 없는 무엇을 그럼에도 끝없이 바라보는 상태. 상대방은 주로 깨어진 거울 형태로 나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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