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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Dec 23. 2021

워킹맘, 글쓰기를 시작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어머니의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말과 문장이야말로 내겐 공부의 대상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건네는

일상의 떨림이 내겐 커다란 울림이 된다.


글의 품격, 이기주



입이 심심한 것처럼 마음이 심심하다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어김없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이기주 님의 책을 꺼내어 현재의 내 마음 상태를 잘 표현해 주는 구절을 찾아 읽고는 한다. 그러고 나면, 무심했던 마음에 새로운 생각들이 들어가 기대하지 못했던 열정이 자극되기도 한다.

이기주 님에게는, 공부의 대상이 되고 글쓰기의 소재가 되는 어머니가 있다면 지금의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음을 위의 글귀를 보고 깨달았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일상 안에서 잔잔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아이가 전해주는 떨림은 제법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일상을 꾸준히 기록한 지 반년이 흘러가고 있다. 아이가 유치원과 집에서 만드는 놀이의 결과물을 때로는 그냥 버리기 아까워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나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아이가 소소하게 만든 작품 게시를 시작으로 아이와의 일상을 담아내면서 결국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서는 '나'를 돌보는 시간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를 돌보는 시간은 책을 읽으며 책에서 물어오는 질문들을 통해 갖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기록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생각이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상을 기록하고 나의 생각을 담아내는 일들이 결국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굳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하는 행동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일까? 결국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나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남을 의식한 행위들은 아닐까?라는 생각들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단칼에 기록하는 일을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는 자기 계발 분야의 여러 강사와 앞으로의 사회를 예측하는 여러 강의에서 하나같이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매체가 되었든 자신의 지식체계 또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존재해야 하며, 그것은 코로나19로 달라져 버린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나는 기록을 그만 두지도, 그렇다고 계속할 자신도 없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명확한 해답 없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그 고민을 해결해 준 문구가 바로 이기주 님의 글귀이다. 내가 분명 놓치고 있었던 진실이 여기에 있었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

매일 아이가 써주는 편지와 수없이 쏟아내는 감동적인 말들, 함께 나누는 일상을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기록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분명히 없어져 버릴 일상의 기억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삶의 목표가 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잘 쓰는 것보다 잘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을 들여다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기록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 내공을 비약적으로 기를 수 있냐는 독자의 질문에 대한 이기주 님의 답변이 참 마음에 든다. 잘 쓰는 것보다 잘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살면서 중요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해주는 말인 거 같기도 하다. 아이의 작은 행동과 눈빛, 말투 등등 조금만 주의 깊게 그리고 세심하게 느끼고 반응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까? 또한 그러한 내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탄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이기주 님의 작품에서 느꼈던 바와 같이...^^



돌아보면 내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글쓰기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스스로 내면을 향해 걸어 들어갈 즈음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언제나 길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마음속에 있었다.



SNS에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 권태기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이유를 찾지 못하고 대세에 맞춰 남들이 하니까 뒤처질 수 없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 자신도 기록으로 인한 변화가 아니라 처음의 의도와는 달라진 변질의 길을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는 내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건네는 일상의 떨림을 커다란 울림으로 바꾸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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