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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Nov 03. 2022

행복한 육아의 시작, 기록의 힘

매일, 감동육아


딸 : 엄마~ 엄마 능력 있어요.

엄마 : 무슨 능력?

딸 :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능력이요  :)





부여 여행을 떠나는 지난 금요일 아침, 아이가 제게 해준 말입니다. 내 몸 챙기랴, 짐 챙기랴, 아침 준비하랴 정신 없는 틈에 아이의 말을 듣고 하던 일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여행 간다고 잔뜩 들뜬 아이가 6시에 기상을 합니다. 집 안 구성원들 모두를 깨우러 다니지만, 도통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심심하다며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본인 수준은 피아노 10급인데, 언니의 5급 책을 보며 연습을 하면서 바쁜 엄마를 불러 댑니다. 한 번만 들어봐 달라고.... 바쁜데....ㅠㅠ


나중에 듣겠다며 몇 번 거절을 해보지만, 우리 둘째는 자신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요구하는 끈질긴 성격의 소유자, ㅋㅋㅋ 이왕에 해야 할거라면 빨리 해치워 버리자며 아이가 건네준 헤드셋을 받았습니다. 10급 수준의 아이가 5급 수준을 연주하는데 제법입니다.(도치맘 주의 !! )  순간 "우리 아이가 엄마한테 이걸 자랑하고 싶었구나.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칭찬 요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연주를 끝낸 아이가 엄마를 쳐다봅니다.  엄지를 쌍으로 치켜 들며 "잘한다. 엄마가 자세히 봤는데 지은이는 피아노를 아주 부드럽게 치더라. 아직은 부드럽게 치기가 쉽지 않을텐데 자연스럽게 잘친다~~." 라고 칭찬을 해주고 냉큼 방으로 들어와서 짐을 꾸리고 있었다지요.





언제 따라 왔는지, 작은 아이가 대뜸 "엄마~ 엄마 능력 있어요" 이야기 합니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어 "무슨 능력?" 하고 물었더니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능력이요" 하며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엄마가 해준 칭찬이 상당히 맘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도치맘인 저는 이런 칭찬을 해주는 아이가 더 대단하다 싶어 "이리 와봐. 엄마가 안아줄게" 하고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지은아, 엄마 너무 행복해. 우리 지은이야말로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데~" 하며 귓속말을 해주었지요.


우리의 고슴도치 행동을 큰 아이가 옆에서 지켜 보면서 온 몸이 오글 거리다며 "우웩, 우웩" 하고 있더라는. 한 술 더 떠서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달라고 큰 아이에게 부탁했습니다. 큰 아이는 "엄마, 이런 걸 설정하면 어떻해요?" 라고 투덜대지만  "이런 소중한 순간은 설정을 해서라도 남겨야해" 라고 이야기 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남편 얼굴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 :)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내는 아이의 말들을 나는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요. 듣는 순간, 절대 잊지 못할 거라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말들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마는 나의 기억력을 직시하며 나의 기록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의 매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간직하고 싶은 말들을 기록하는 것은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걸...:)



아이들은 한순간 우리 곁을 스쳐간다.
오늘의 아이는 어제의 아이와 결코 같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토록 애틋하며,
추억이 많은 엄마는 행복한 것이다.
이제 나는 피곤에 무너져가면서도 끝내
무언가를 쓰던 내 미련한 뒷모습을 용서한다.
아이의 기록을 남기던 내 모습이
내게도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연진, <내향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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