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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27. 2022

눈물 버튼

매일, 감동육아

D : 엄마, 엄마의 눈물 버튼은 뭐예요? 

M : 눈물 버튼?

D :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거 말이에요.

M : 글쎄... 갑자기 물어보니까 생각이 안 나는데... 그러는 가은이는 있어?

D : 있어요. 할머니요. 할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M : 할머니가? 왜? 

D : 할머니의 사랑에 눈물이 나요. 우리가 좋아하는 포켓몬 빵을 산다고 한시간 동안 줄을 서고, 그걸 우리한테 갖다 주신다고 왕복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시잖아요. 또 오실 때마다 할머니 지갑의 전 재산을 우리에게 주고 가시잖아요. 




아이의 말에 순간 얼음이 되었다가, 할머니를 향한 아이의 사랑이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얼음 되었던 내 마음도 찡~ 하고 녹으면서 와락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올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까지 매주 수요일이면 엄마는 우리 집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2개의 포켓몬 빵을 공수 해오던 엄마가 날이 지나면서 4개, 6개, 8개... 급기야 어떤 날은 11개의 빵을 사오신 날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살 수 있냐는 내 물음에 엄마는 아빠랑 같이 줄을 섰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마트 주인에게 작은 케익을 사 주었다고도 했습니다. 1인당 2개 밖에 살 수 없는, 그리고 시간을 놓치면 절대 살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두 노인네가 손주들을 위해 매일 한 시간씩 줄을 서고 주인장을 뇌물(?)로 유인해 주인장이 따로 빼 둔 제품까지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ㅎㅎㅎ


와.... 엄마의 말에 어안이 벙벙. “엄마. 꼭 그렇게까지 해서 사오지마. 빵 값보다 다른 것에 돈이 더 들겠네”라는 내 말에 “우리 가은이 지은이 좋아하는데 그 정도는 괜찮다”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의 포켓몬 사랑을 듬뿍 받았더랬죠. 그러고 보면, 아이의 눈물버튼이 할머니라고 말한 것에 놀라운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엄마가 포켓몬 빵을 공수해 온 그 여름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평상시엔 내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 갔던 엄마가 그 날은 내 얼굴을 보고 간다며 늦게까지 계신 때였습니다. 밥을 먹고, 엄마를 배웅하러 나가는데 아이가 현관문 앞에서 나를 붙잡고 귓속말을 합니다. “엄마, 할머니가 5만원을 주셨는데 제가 할머니 가방 앞 주머니에 다시 넣어뒀어요. 제가 안 받으면 할머니는 어떻게든 주고 가시잖아요. 엄마가 할머니 택시 타고 가신 후에 전화해서 가방 앞 주머니에 있다고 말해 주세요. 혹시 다른거 빼다가 떨어지면 안되잖아요~”


엄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용돈을 주십니다. 엄마도 아빠에게 생활비를 받아 쓰는 터라 늘 지갑에 많은 돈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에게 가지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주고 가십니다. 안 받으려 해도 어떻게든 주고 간다는 걸 이제는 아이들도 아는가 봅니다. 그런 할머니의 성품을 알고 아이가 취한 방법에 나는 웃음이 나면서도 뿌듯해집니다. 


택시 타고 가는 엄마를 배웅하며 아이의 뜻대로 차가 출발하고 5분이 지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가은이가 엄마가 준 용돈 가방 앞 주머니에 넣어 두었대. 빠트리지 않게 잘 챙겨요” 했더니 “아이구야~~ 우리 가은이가 택시비 보태라고 3,000원까지 주던데. 내가 준 돈은 왜 안 받았다니... 나 이거 못 받어야~~ 내가 다음에 만나면 다시 준다고 꼭 전해줘라. 우리 가은이가 다 컸다. 우리 가은이가 최고다" 하며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 왔습니다.




얼마 전,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지나영 교수님의 <본질육아> 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녀는 "자식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것" 이라고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들은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더불어 육아의 본질만 제대로 하면 나머지는 힘을 빼도 아이는 잘 큰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나영 교수의 말처럼, 자녀를 양육하는 우리 엄마들이 종종 놓치는 육아의 본질입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아이를 잘 키우려고, 남들보다 더 잘나게 하기 위해서 욕심을 부리게 되니 말입니다. 


자식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것이다

위의 문구는 엄마와 아이들의 관계를 보면서 부쩍 내게 와 닿았습니다. 잘 키우려고 내가 쏟아낸 모든 행동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조건없는 사랑. 그저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사랑 하나면 아이는 잘 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나의 엄마와 아이의 작은 일상을 보며 깨닫습니다. 오늘 아이가 내게 준 메세지를 통해.... 당신에게는 눈물버튼이 있나요? 


감동의 순간, 아이의 눈물을 자극하는 지극한 사랑만 있어도 아이는 충분히 잘 클 수 있다는 것. 우리 잊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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