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mu Apr 30. 2023

정성육아,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매일, 감동육아


이연진님의 <취향육아> 를 읽고 내 육아의 모습을 그려 보았어요. 나는 어떤 엄마이고, 나의 육아법은 한 마디로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모성애가 깊다' 라는 말이 꼭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희생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어요.




아이로 인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건 
돌고 돌아 바로 나였다.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딸도, 며느리도 아닌,
여기 한 사람. 

이연진, <취향육아>




훗날,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살았는데, 나는 널 위해 내 삶을 희생했어' 와 같은 말을 아이들에게 절대 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남편에게도 마찬가지. 내가 나의 삶을 성실히 꾸려 나가고, 행복한 삶을 살아낼 때 아이들도 그럴 수 있을거라 믿기 때문에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내 꿈을 위해 사는 일은 결국 나와 아이들과 남편을 위한 일이 될거라는 믿음이 조금씩 자라납니다. 래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엄마인 내가 먼저 실행하는 편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하루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단장하는 일, 불평과 불만보다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얻게 될 성장을 찾아내는 일, 하면 된다는 무한의 긍정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끊임없이 심어주는 일,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나의 즐거움으로 치환해 함께 해주는 일, 목이 쉬고 눈꺼풀이 내려 앉아도 잠자리 책읽기를 진행하는 일들이 내게는 그렇습니다. 아이를 위하는 일이 아닌 나를 위하는 즐거움이기에 힘들지 않습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가은아, 엄마의 육아는 뭘까? 여기 <취향육아>의 작가님은 자신의 육아법을 내향육아, 취향육아라고 하는데, 엄마는 어떤 육아를 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의 물음에 아이가 고민없이 답했습니다. "정성육아" 라고. 


아이의 말에 순간적으로 머리에 "반짝" 하고 불이 켜졌습니다. 정성육아. 그리고 재빨리 손을 움직여 "정성"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았습니다.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지금까지 내가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하고 싶은 육아에 대한 방법이 한순간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내 마음은 늘 그랬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이지만, 나는 일에서도 육아에서도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당찬 포부나 욕심이 아니라, 그저 내게 주어진 일에 거짓됨 없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이죠.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육아기 11년차.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내 육아는 퍽이나 힘들었습니다. 6개월도 안 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했던 큰 아이의 육아기. 아침마다 자는 아이에게 옷을 입혀 아이를 들쳐 안고 어린이집에 던지듯 출근을 했던 큰 아이의 육아기. 그런 아이에게 미안해 퇴근 후에는 아이랑 놀아 준다고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그렇게 아이와 동네를 휩쓸고 다녔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가야 어서 일어나렴. 그래야 엄마가 출근을 하지, ㅠㅠ

이제 그만 잠 좀 자자!! ㅠㅠ


도대체 동네를 몇 바퀴를 돌거니, 제발 집에 좀 가자~~ ㅠㅠ



한 손에는 작은 아이를 안고, 한 손에는 큰 아이의 손을 잡고 출근했던 작은아이 출생 이후의 육아기.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입니다. 새벽 6시30분에 출근했던 남편 덕분에, 두 아이의 등하원은 거의 제 몫이었지요. 하루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사무실에 도착하면 이미 에너지가 바닥 나 있었다는. 한참 일에 매진해야 했던 때라 아침 8시부터 저녁8시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피아노 학원을 돌려가며 아이들을 키웠야 했었죠. 그 때문에 30개월이 넘도록 작은아이의 말이 트이지 않아 울며불며  밤을 지새운 적도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완전 수다쟁이, ㅎㅎㅎ)


이후 큰 아이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마주하고서야 일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휴직은 내 삶에서 가치관의 대변환을 맞이하는 시간이었어요. 아이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복된 시간인지 알게 되었죠. 매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감사로 채워 나갔어요. 예상외로 휴직은 길어졌고 2년만에 복직한 직장생활은 또 어땠는지요. 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모진 핍박과 불합리한 일들을 감당해야만 했어요, 참 눈물 없이는 써 내려가지 못할 제 인생의 대서사시였죠. 하지만, 가장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기도 했지요. 



눈물 마를 날이 없었어요. 늘 시간에 쫓겨 종종대며 다녔어요. 그러면서도 내 일은 절대 펑크낸 적이 없었고, 사내 술자리 거의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 더불어, 부모 교육과 육아책 읽기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왜 육아는 내가 해야 하냐며 남편에게 쓴소리 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이기에, 나는 내 일과 내 가정을 지켜야 했기에, 그 안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아가며 지냈어요. 이왕에 해야하는 일이라면 조금 더 잘해 보겠다며. 가끔 번-아웃 되어 모든 일들을 손에서 놓고 멍-하니 지낸 날들도 있었지만,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 또 열심히 뛰고 달렸어요. 


아무리 뛰어도 늘 제자리인 것만 같았어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도 수없이 들었어요. 그래도 그간의 노력들이 아까워 포기하지 않고 뛰고 또 뛰었어요. 화장을 하면서 육아 강의를 듣고, 운전을 하면서 자기계발 강의를 듣고, 요리를 하면서 시간관리 강의를 듣는 등 새벽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어요. 그리고 나를 돌아보기 위해 성경책을 읽었어요. 


물은 99도에서는 절대 끓지 않지만, 1도만 더해지면 끓는다고 하잖아요. 또, 무슨일이든 10년의 공을 들이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잖아요. 요즘의 내가 그래요. 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내 모습을 보면 일이든, 육아든, 관계든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을 봐요. 잠깐 힘들어도 그저 이 시간을 잘 견디면 좋은 일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려움도 즐거움이 되요.   참 신기하죠. :)



저는 아이를 통해 참 많은 것들을 얻습니다. 우리 아이는 내가 찾고 싶었던 육아의 방법을 어떻게 이렇게 바로 찾아내는 것일까요? 역시 내게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생각해보니, 정성육아 맞는 말인거 같아요.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을 내게 가장 귀한 존재인 아이가 알아주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오늘도 감동의 눈물이 흐릅니다. 





이전 18화 육아,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만나는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