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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May 11. 2023

아이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행동은 은밀하게

엄마공부가 필요한 이유 


작년 이 맘때 시작한 인문학 필사. 

벌써 1년이나 지났지만 엄마의 게으름과 귀차니즘 덕분에 그간 15번 밖에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필사가 대체 몇 달전인지... 거의 잊고 지내왔는데,  아이가 다시 우리의 필사 여행에 불씨를 당겼습니다. 



월요일. 



애정하는 선배님들과 술 자리가 있었던 날. 은근하게 기분좋을 정도로 술에 심취해 있는 엄마에게 문자를 보낸 건 작은 아이였습니다. 갑자기 '인문학 필사' 를 하자며 엄마의 귀가를 재촉하던 아이. 미안하게도(아니 다행스럽게도, :) 늦은 귀가로 그 날의 '인문학 필사' 는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다' 며 아이와 약속했던 터라 일찍 귀가를 했습니다.  저녁을 후다닥 먹고 운동을 가려 했는데, 그런 엄마에게 작은 아이가 "엄마! 오늘은 <하루한줄 인문학> 필사 해야죠. 엄마는 왜 어제부터 약속을 안 지키세요?" 하며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약속을 안 지키는 거짓말쟁이 엄마가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운동을 포기하고 바로 필사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의 <인문학 필사>는 아이가 주도합니다. 아이가 읽고 싶은 chapter 를 고르고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한 줄씩 돌아가며 본문을 읽어 내려갑니다. 그리고 본문 아래의 내용을 아이와 함께 필사하기 시작합니다. 




본문의 내용을 필사한 후에 엄마가 느낀 점을 적는동안, 아이는 우리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활동이었는지 오늘은  감상평도 남겨 놓았습니다. 




나는 내일도 엄마랑 같이 
하루한줄 인문학을 하고 싶다. 
그리고 또 운동을 할 거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닌 내 마음이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최고로 행복함을 느낍니다. 저는 엄마 공부를 하면서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정말 욕심나는 활동들도 한 두번 기회를 제공해 보고, 흥미가 없으면 강요하지 않습니다.  


실은 <하루한줄 인문학> 필사의 시작은 큰 아이와 함께였습니다. 당시 작은 아이는 글쓰기가 원활하게 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글자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쓰다가 어렵다고 제 혼자 성질 내다가 포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게다가 큰 아이까지 엄마와의 필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활동은 잊혀져 갔습니다. 언제부터 큰 아이의 자리에 작은 아이가 들어오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림을 보면 아이는 필사보다는 엄마와 함께한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 같습니다. 필사를 진행하는 동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최대한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아이가 눈치채지 못할 작은 노력들을 연출하곤 했습니다. 아이의 그림에 나타난 스티커를 보며 그러한 저의 작은 노력들이 아이의 무의식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거 같아 참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연진 님의 <내향육아> 에서는 




"아이가 책을 읽을 때면 조용히 일어나 주위를 살핀다. 살금살금 커튼을 쳐주거나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인다. 쌀쌀한 날에는 부드러운 담요를 둘러주고 더운 날에는 살살 부채질을 해주기도 한다. 아이가 책을 읽을 때면 물이 끓는다거나 언성을 높이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마음을 쓴다.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거나 손, 발, 배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어 오감을 자극하여 '책=좋은 기분'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즐거운 감정과 연결된 행동은 무의식에 '좋은 것', '또 하고 싶은 것'으로 새겨지기 때문이다." 라고 글귀가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엄마의 마음이 너무나도 경건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그 때의 책 읽기가 생각납니다. 책을 덮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잠시 책을 덮고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죠. '책=기분 좋은 것'이라는 촘촘한 회로를 놓기 위해 이 순수한 엄마가 하는 행동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면서, 나도 이 엄마처럼 아이를 위한 위대한 행동을 은밀하게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의도치 않게, 나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내 무의식에 저장해 둔 좋은 습관과 가치관들을 아이의 삶에 천천히 스며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대단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위한 작은 노력들이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멋진 아이를 만들어 나갈 거라 확신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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