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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Aug 01. 2023

육아,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만나는 일

매일, 감동육아 

아이들 방학이 시작 되었습니다. 방학과 동시에 남편의 복직이 이어져 어쩔 도리 없이 집에는 두 아이만 머물게 되었습니다. 급할 때마다 저의 지원군이 되어 주었던 엄마까지 병원 신세를 지게 되어 아이들만 두고 출근을 해야만 하는 워킹맘의 삶이 참 서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두는 엄마의 마음.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이 참 그리웠습니다. 아내의 복직 후 이어진 남편의 휴직 1년까지 총 3년의 시간을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애써 왔습니다. 다시 돌아간 직장에서 휴직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미친 듯 일에 전념해야 했던 상황과 휴직자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기꺼이 그 시간을 감내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은 매순간 위기와 마주합니다. 하지만 그 위기를 어떤 기회로 바꿀지는 "나"의 마음가짐에 있음을 인지합니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이 부모의 맞벌이로 하루 12시간을 홀로 보내야하는 상황에서 아직은 어린 초등 두 아이들에게  나는 엄마로서 어떠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공간에서의 부재로 정서적인 부재까지 겪게 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상위 학년에 대한 선행학습과 아침기상, 일기쓰기 등과 같은 좋은 습관을 방학 때 만들어 줘야 겠다는 욕심 따위는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같은 공간에 없어도 충분히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가 되어 실행목록을 하나씩 실천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의 방학 프로젝트" 를 살짝 공개해 봅니다. 



정성스러운 식사 준비

우리집에 온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듯 


가장 공들였던 부분이 식사 준비입니다. 방학이라 급식은 기대할 수 없고, 하루 온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아침, 점심 2끼의 식사와 2회의 간식을 준비해 주고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반찬 배달이나 밀키트를 이용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남편과 상의끝에 우리 부부가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밑반찬은 주말에 미리 준비해 두고, 그날 그날 메인 반찬은 새벽기상을 하는 남편이 준비해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반찬이 아이들이 먹을 즈음에 차갑게 식어버려 안타까웠지만 전자렌지에 데워 먹을 수 있게만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따뜻한 밥상이 아닌 식은 밥상을 받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예쁜 상차림을 준비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꽃을 올리고 매트를 깔고, 수저 받침을 놓아 그 위에 아이들의 식기를 세팅해서 반찬을 가지런히 준비해 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우리 집에 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못내 미안했던 마음을 정성껏 담아 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식어버린 밥상이어도 급식보다 엄마 아빠표 음식이 훨씬 맛있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남기지 말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는 자유로운 식사시간이 참 행복하다고 전합니다. :)


음악으로 연결된 마음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는 출근하는 차 안에서


아침7시, 거실에 클래식 방송 라디오를 틀어 놓습니다. 잠이 깬 아이들이 거실로 나와 쇼파에 앉아 멍 때리는 과정 중에도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그녀들의 마음을 깨웁니다. 실은 아이들 두뇌 발달에 좋다고 해서 제 욕심에 의식적으로 틀기 시작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하지만 지금은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그냥... 진짜 그냥...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무의식적으로 배경음악으로 틀고 있다지요.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배경으로 깔아두고 출근을 합니다. "엄마도 출근하는 차 안에서 이 음악 방송을 들어~ 이렇게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는거야" 라는 말과 함께요.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매일 차곡차곡 쌓이는 이러한 행동들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어떻게 자리할지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아요. 


사고축 육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 


직장에 도착하면 거의 아이들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원래 멀티가 잘 안되는 사람이라 일하다 보면 아이들의 일상을 거의 잊고 지냅니다. 점심을 먹고 피아노학원을 가는 아이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이 3시. 그리고 학원에서 집에 돌아간다는 4시의 전화. 이제 3학년인 둘째 아이는 아직 휴대폰이 없기에 동선만 체크합니다. 이후로 퇴근 때가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을만큼 아이들은 자율적으로 방학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를 주며 다그치는 일을 과감히 포기하고 나니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아이가 보입니다.



하루 2번하는 전화에서 우린 랑합니다. 맙습니다. 복합니다 육아를 합니다. 이 작은 행위는 김선미님의 <십팔년 책육아>를 읽고 실천하고 있는 것인데, 전화 말미에 "사고축~" 이라는 말을 서로에게 전해줍니다. 우연히 딸과의 전화를 듣게 된 동료들이 "사고충? 그건 무슨 곤충이야?" 라고 해서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었던 사고축 육아는 처음엔 얼마나 어색했던지요.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지금은 자연스럽게, 익살스럽게 하는 우리만의 의식이 되었습니다. 휴대폰 너머로 "엄마, 사고축~" "가은아, 지은아~ 사고축~" 을 전할 때 정말 마음속에 사랑의 감정이 샘솟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단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란걸....^^


저녁식사의 대화 소스

"오늘은 특별한 일 없었어?"


퇴근 후 늦은 저녁을 함께 먹습니다. 저녁은 있는 반찬에 하루의 일상을 함께 나누는 대화의 소스를 뿌립니다. 이건 맛없어도 맛있게 만드는 마법의 소스입니다. (ㅋㅋㅋ)  "오늘은 특별한 일 없었어?" 라는 말로 대화의 물꼬를 틉니다. "오늘은 뭐했어?" 라는 말은 아이들의 하루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 같아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그럼 아이들은 "특별한 일 없었어~ 엄마는?" 이라며 물어옵니다. 실은 특별한 일을 기대하며 물었던 질문이 아니기에 "오늘 구내식당에 진짜 맛있는 반찬이 나왔는데, 그걸 먹으려고 줄이 엄청 길어서 조금 힘들었다, :)" 라는 등의 사소한 일들로 대답을 해주곤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오늘 학원가는 길에~ 이런 일이 있었어" 라고 이야기 하면서 식사가 끝날 때는 결국 처음과는 주제가 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우리를 만나게 됩니다. 




정말 시원하다 싶을 정도로 대화가 이어지는 날들이 있어요. (물론, 많지는 않지만). 그런 날에는 마법의 소스에 만족한 아이가 설거지를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엄마~ 오늘은 내가 설거지 하고 싶은데~" 라는 말에 대부분 아이의 요청을 받아주곤 하지만 이번 방학기간 만큼은 허락치 않습니다. 방학을 보내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맡기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 "학원 다녀오느라 힘들었을텐데 오늘은 엄마가 할게~" 라는 말로 아이의 마음만 받아주곤 합니다. 엄마가 설거지 하는동안, 아이는 우리가 함께 밤 시간을 보낼 테이블 위를 정리해 두곤 합니다. ㅠㅠ



잠자리 책육아

하루의 마무리는 따뜻한 엄마의 품에서 



밤 10시가 되면 잠자리 책읽기가 진행됩니다. 실은 10시면 저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지라 바로 침대로 가지 못하고 10분만~ 10분만~ 하면서 30분이 지날 때도 많지만, 하루의 마무리는 엄마의 품에서 마무리 해고주픈 마음이 저의 <잠자리 책읽기>입니다.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요즘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저는 시간 그지 같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저는 미래의 시간부자가 되기 위해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부자 말이죠. 


제가 꿈꾸는 세상에는 늘 우리 아이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아이들은 성장하고, 일정 시기가 되면 저를 떠날 테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유일한 시간인 현재를 잘 보내면 아이들의 마음 속에 분명히 자리잡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있을거라 믿으며....^^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때 삶은 빛납니다. 
목숨걸고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내 본능을 거스르는 일, 
사랑은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행동입니다.
<옥명호,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나는 본성을 거스르는 반복 행동을 통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갑니다. :D 남은 방학,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사랑을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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