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큰 아이가 두 살때의 기록입니다.
유아기 특유의 민감기를 이해하면
아이가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즘 설거지하는 재미에 푹 빠진 우리 아이. 저녁을 먹고나니 어김없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선다. 그 말에 디딤대를 씽크대 앞에 놓아 주었더니, 갑자기 "아니야~~ 아니야~~" 하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며 디딤대를 치우려 했더니 이상하게도 아이는 더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다는 아이의 생떼에 당황스러웠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어 씽크대 왼쪽에 놓아 주었던 디딤대를 오른쪽으로 옮겨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디딤대로 올라서더니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는 설거지 할 때는 항상 오른쪽에서 했었다. 내 편의대로 항상 오른쪽에서 하도록 했는데 그게 아이에게는 자신만의 질서가 되었던거다. "질서의 민감기"에 있는 아이에게 어떤 일의 순서나 위치는 너무나 중요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우리 아이의 민감기를 알지 못했더라면... 난 아이와 끊임없이 다투고 아이의 이유없는 반항에 힘겨워했겠지.. 아이들이 떼를 쓰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는 법. 민감기를 이해하고 아이를 보면, 아이가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보이고 엄마와의 관계에서 아이는 신뢰가 생긴다. ^^
큰 아이 두 살때의 기록이니 벌써 8년전 일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아이가 태어날 무렵 몬테소리 교육에 대해 알게 되었고, 몬테소리 교육 이념과 부모 교육을 받으며 아이가 이렇게 신기한 존재일 수 있느냐며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6개월 동안 부모 교육을 아주 열씸이 들으러 다녔었던 기억도 나고..^^
교육의 큰 이념에서 보면 아이들 모두에게는 특유의 민감기가 있고, 그 민감기를 부모가 미리 알고 준비하면 아이의 이유없는 반항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던 그 때, 전문적인 공부는 아니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실행에 옮겨 육아를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피곤함에도 늦은 밤까지 이어진 "읽기의 민감기"를 견딜 수 있었고, 하루종일 칠판에 붙어 무언가를 써 갈기던 "쓰기의 민감기"도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질서의 민감기"를 이해하니 아이와의 신경전을 줄일 수 있었고, 엄마처럼 하고 싶은 마음을 공감하고 허용하여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이제, 아이는 10살이 되었습니다.지금은 설거지를 하겠다고, 청소기를 돌리겠다고 떼쓰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을 보면 다 그만한 일을 하는 때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 청소와 설거지와 같은 일상생활과 쓰기 작업을 하면서 발달된 소근육으로 인해 무언가를 하면 야무진 손 맛을 볼 수 있으니 아이의 욕구(안전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의 욕구)를 허용하는 것은 아이의 발달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