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동육아
며칠 전부터 기침을 하던 작은 아이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열이 나고, 목이 아프다는 아이의 증상에 "결국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막상 보건소의 확진 문자를 받고 나니 나도 모르게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직업적 소명 때문에 우리는 거의 집과 학교, 집과 직장만을 오가며 살았습니다. 주말에도 외출을 거의 삼가며 사람들과 접촉을 피해 왔는데,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도 없던 작은 아이가 양성 판정을 받으니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아마도 경로를 알 수 없는 무증상 전파자가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겠지요.
이틀 동안 고열에 시달리던 아이를 돌보며 격리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이로 인해 확진이 된다 해도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픈 아이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는 것으로 더 외롭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깐요.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 그렇듯 말이죠.
아이는 이틀동안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잦은 기침에 목이 마르다는 아이에게 물을 가져다 주고,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배를 문질러 주고, 기침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의 이마를 짚어주는 일을 자다가도 본능적으로 해냈습니다. 자는건지, 깨어있는 것인지 비몽사몽 알 수는 없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이의 위대한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새벽 어스름, 잠결에 불덩이 같은 아이의 몸을 만지며 덜컥 겁이 났습니다. 엄마의 직감으로 40도는 되겠다 싶어 일어나 아이를 살피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언제부터 착용했는지 모르지만, 아이가 마스크를 코까지 감싸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이구야~~ㅠㅠ 서둘러 마스크를 내렸습니다. 열이 나서 땀이 송골송골 맺힌 마스크를 내리고, 목에 걸고 있던 마스크 줄을 걷어 한쪽으로 치워 버렸습니다. 순간 "엄마, 엄마도 코로나 걸리면 어떻해?" 자꾸 물어보던 아이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직은 자가 진단키트에서 음성인 엄마가 자신으로 인해 코로나에 걸릴까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는 아이의 마음이 아이의 행동에서 보였습니다. 엄마를 향한 아이의 배려가 불덩이 같은 아이의 몸보다 더 뜨거워서 감동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저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라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본능적으로 쉽게 해내는 내리사랑을 전해 주지만, 아이는 본능을 거스르는 희생과 수고의 치사랑을 전해 줍니다. 엄마보다 더 위대하고, 더 간절하게 말입니다.
예상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목 상태가 평소와 같지 않습니다. 따끔따끔 목이 아프고 종종 기침도 나옵니다. 아이의 걱정어린 눈빛이 보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픈 아이를 홀로 두고 출근을 해야하는 상황이 더 큰 걱정이었는데, 차라리 확진이 되어 아이와 같이 있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아이의 치사랑 덕분에 감기처럼 앓고 금방 나을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