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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22. 2023

그냥 지금을 살아봐

매일, 감동육아 


3월이 되었습니다. 긴 겨울을 지내고 봄이 오는 3월을 사람들은 참 좋아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봄을 좋아하지 않아요. 직장에서의 루틴을 보면, 연초에 준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시기 3월. 봄철 주말 비상근무가 많아지는 시기가 3월. 그래서 더욱 바빠지는 시기가 봄이거든요. 어쨌든 바쁘면 사랑하는 내 새끼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슬플 수 밖에요-


특히나 올해는, 첫 팀장 보직을 받아 마음에 부담감과 함께 바뀐 업무에 적응해 나가느라 더 많이 바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흘려버린 방학이 왜 이렇게 아쉬웠는지 몰라요. 오죽하면 학교가기 싫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에게 저도 덩달아 개학 안했음 좋겠다고 맞장구 쳤으니 말이에요 :)


엄마의 부재에도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가꾸어 나갔다지요. 1월의 어느날,  근무중인 엄마에게 아이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딸(D) : 엄마, 우리 소풍왔어요~

엄마(M) : 소풍? 추운데 어디로?

딸(D) : 여기 공원인데요. 사진 보내줄게. 보세요~



아이가 보내온 사진은 다름 아닌 베란다. ㅋㅋㅋ 겨울볕이 유난히 좋아서, 엄마가 준비해 둔 도시락과 간식을 싸서 동생과 소풍을 나갔다는 아이가 참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한참동안 아이가 보낸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겨울방학 내가 처한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일이 무엇일지...


그 날 이후로, 남편과 저는 아이들의 소풍 일정을 체크했습니다. "내일 소풍갈 거에요~" 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어김없이 3단 도시락 통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밥과 베이컨말이, 과일과 과자, 샌드위치 등등을 준비해두고 출근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햇살 좋은 곳에 돗자리를 펴고, 캠핑용 테이블을 펼쳐 베란다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도시락과 간식을 펼쳐 맛있게 먹고는 두 아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겠지요.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가져다가 읽고는 했나 봅니다. 종종 큰 아이가 찍어 보내준 사진 속에서 두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마음에 행복이 물씬 올라오고는 했습니다.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 의미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들면 돼. 평생을 의미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는 없어. 그러나 10분은 의미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다. 그래. 그 10분들이 바로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첫 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 개 모인 게 인생이야. 그러니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면 되는 것. 
공지영, <딸에게 주는 레시피>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주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의미를 담아 내기를 바랬습니다. 자신들이 보내는 방학이 그저 무언가를 하는데 기여하는 첫번째 걸음이면 되겠다 했습니다. 새학기 학교에서 보낸 '학생실태조사서' 에는 장래희망을 적는 난이 있습니다. 빈 칸을 적어 넣으며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큰 아이는 '작가' 라고 하였고, 작은 아이는 '피아니스트'라 대답했습니다. 


뭐- 직업의 종류에 감탄을 했던 건 아니었고- 겨울을 보낸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기존과는 바뀌었다는 사실에 집중했습니다. 특히나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매번 망설이던 큰 아이가 자신의 장래희망을 망설임없이 바로 말했다는 것과, 불과 1년전 피아노 학원엔 죽어도 안 다니겠다던 작은아이가  '피아니스트' 가 장래희망이라고 하니 놀랄 수 밖에요, ^^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선호교과와 기피교과에 대한 것이었는데 큰 아이의 선호교과는 체육. 기피교과는 수학인 것이었습니다. 제발 좀 밖에 나가서 놀고 오라고 해도 절대 안 나가는 아이가 체육을 가장 좋아하고, 학원에서 수학 시험에 1등을 하겠다고 매일 꾸준히 수학을 하는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는 참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ㅎㅎㅎ


"엄마, 좋아하는 것과 장래희망이 같아야 해요? 잘하는 것과 장래희망이 같아야 해요?" 아이가 묻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좋지 않을까?" 이야기 했지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결국, 직업이 되면 좋아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저 아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 가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



아무래도 웹툰작가가 되고 싶나봐요, 저는 싫은뎅~~^^ 퇴근해 집에 오면 테이블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 하루의 흔적들. 얼굴 모양을 몇 번을 그린건지... 이 작은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가장 의미있게 보내다 보면 답을 찾아가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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