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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준 Sep 23. 2019

자식을 죽이는 부모 유형 vs 자식을 살리는 부모 유형

공감형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회복 탄력성'이 더 높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삶에 대한 의욕이 없고,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에도 의욕이 없다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수업 시간에 자거나 엎드려 있고, 자주 아프고, 힘들다거나 하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친구들이 처음부터 이랬을까? 대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하기 싫은 일을 강요받는 현실에 분노하다가 지쳐서, 상처받기 싫어서 무기력을 선택했을 것이다.이들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방향을 잃고 떠내려가는 배처럼 일상을 살아 간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거나, 그게 아니면 친구들과 잡담을 하는 Y를 만나 대화를 해보았다.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 그랬어?”

“중학교 때부터요.”

“초등학교 때는 어땠어?”

“그때는 정말 공부 많이 했어요.”

“얼마나 많이 했어?”

“새벽 2시까지 공부했어요.”

“그렇게까지 공부한 이유가 뭐야?”

“엄마가 무서웠어요. 잠들면 막 때리고, 공부 안 하면 혼내니까 무서워서 했어요.”


Y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많은 시간 공부를 해야 했다. 3년 동안 새벽 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더군다나 공부의 동기가 ‘무서운 엄마’였다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공감형 부모 VS 지시형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의 차이

위에서 만난 Y의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공부를 시킨 이유가 뭘까? 그렇다.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새벽 2시까지 몸을 비틀어가며 힘들어하는 아들을 책상에 앉히고 공부시키는 것 또한 얼마나 힘든 일이었겠는가. 그 사랑의 마음은 충분히 인정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Y의 어머니는 지시형 부모다. 지시형 부모는 자녀와 소통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녀의 성장을 돕기 어렵다. 자녀가 원하는 것 또는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 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배우지 못해 한이 됐던 엄마는 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피아노 학원에 보낸다. 학원 가기 싫어하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감사한 줄 알아! 엄마는 어릴 때 배우고 싶어도 못 배웠어. 피아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울먹이며 학원에 다니는 딸은 사춘기가 되면, 피아노를 그만둔다. 어쩌면 평생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코치형 부모, 즉 공감형 부모가 되어 공감의 말을 해야 한다. 자녀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라는 얘기가 아니다. 평소 자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며 인정해주어야 한다. 좋은 질문과 피드백으로 자녀가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먹이고, 입히고, 학원 보내는 것만이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자녀 스스로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 느껴야 한다.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도록 삶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공감형 부모는 자녀의 마음 상태를 잘 알고 있다. 평소에도 잘 소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다. 이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며 자랄 수 있다.


아무 의욕 없이 무기력해진 아이…

지친 아이에게 필요한 건 ‘공감’이다

만약 무작정 아이를 혼내고 있었다면, 이제는 공감형 부모가 되어 아이의 ‘마음의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는 것과 감사한 점을 찾는 훈련이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습관이 되면 쉬워진다. 아이에게 자신 안에 힘이 있다는 것부터 알려주어야 한다.


강한 바람이 불 때 버티는 나무는 부러진다. 하지만 바람에 맞춰 휘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나무는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린다. 이것이 내면의 힘이고 회복 탄력성이다. 살다 보면 힘들고 슬픈 일을 수시로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낙담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배울 점과 긍정적인 면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자양분이 된다.


부족함’을 ‘돌파구’로 삼아 성공한 사람들,

이들에게는 ‘공감형 부모’가 있었다

안데르센(왼), 에이미 멀린스(오)

여기 두 인물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등의 명작 동화를 남긴 안데르센은 굉장히 가난했고 놀림을 많이 당했으며 아동학대 피해자이기도 했다. 성공한 후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난했기 때문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기 때문에 『미운 오리 새끼』를 쓸 수 있었다.”


육상선수이자 배우인 에이미 멀린스 Aimee Mullins는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나 원래부터 종아리뼈가 없었다. 의족을 몸에 적응시키기 위해 한 살에 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 무릎 아래 다리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50인’에 선정됐고,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생이던 1996년, 의족을 끼고 올림픽에 참가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앞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바로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딛고 일어섰다는 것이다. 안데르센이나 에이미 멀린스가 자신의 단점이나 장애를 그냥 인정하고 넘어갔다면, 평범한 한 사람으로 남았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가 전해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힘이고 끈기다. 그러므로 지금 아이에게 부족한 면이 보인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이를 강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공감형, 그리고 조력자형 부모가 되면 된다.


공감형 부모는 자녀를 살린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부모를 통해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배운 자녀는 자존감이 높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자신에게 옳은 선택을 할 줄 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선다.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며 격려하는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엄마의 눈높이 연습>에서 필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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