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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그리 요란하게 크지는 않았지만 작은 소품 하나까지 정성 들여 하나하나 준비한 세심함이 보였다. 특히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신랑신부가 함께한 시간들이 사진 속에 멋지게,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 또한 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그들의 시간과 추억들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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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87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생의 마지막 10개월은 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시다 가셨다. 요양원만은 가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다. 큰 바람도 아니라고, 단지 요양원만은 가지 않겠다며 생의 마지막 시절을 엄마는 열심히 사셨다. 매일 걸으시고, 매주 수영장에도 가시고, 매일 소고기도 드시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시며 매일 기도하시고. 처절하리만큼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 노력하셨다. 하지만 이생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그토록 가고 싶지 않았던 요양원이었다.
엄마는 당신의 마무리를 오래전부터 소리 없이 준비하셨다. 어느 날 친정집에 가보니 아주 곱게 한복을 입고 웃고 있는 상반신 사진 하나가 결러 있었다. 누구보다 웃는 모습이 곱고 멋지다. 늘 그런 예쁜 모습이 자랑이었던 엄마였다. 교회에서 행사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고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서둘러 말하셨다. 그러냐고 끄덕이며 예쁘게 나왔다고 한껏 높인 텐션으로 너스레를 떨고 있었지만 우리는 다 안다. 그 사진이 어머니가 몰래 준비해 둔 영정사진임을. 그리고 그 사진은 그대로 엄마의 장례식의 가장 중앙에 장식되었다.
살면서 수천 번의 사진을 찍는다. 특히 요즘같이 디지털로 사진 찍는 것이 쉬워진 세상에서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아마도 스마트 폰을 가장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것도 카메라 기능일 것이다. 이토록 수도 없이 찍어놓은 사진 속에서 지나온 전체 생애를 말할 수 있는 사진을 불과 몇 장으로 정리가 되겠는가 말이다. 하물며 그중에서도 단 한 장으로 대표하라면 가능하겠는가. 한 삶의 전체를 단 한 장의 사진으로 가능할까 묻고 싶다.
대부분 한 사람의 생을 마감하는 예식에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만 그 사람을 얘기하고 있다. 소위 영정사진이다. 긴 생의 기간 동안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과 많은 추억들을 기억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단 한 장의 사진으로만 마지막 예식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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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자신의 마지막 예식을 준비해 두는 당신이라면 자신의 마지막 예식을 찾은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함께 한 사진들을 보고 싶지는 않은가? 그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사진 속 그들과 함께 얘기 나누고 기억 속에 함께하고 싶지는 않은가?
결혼 예식에서 발걸음을 머무르게 하고 대화하게 했던 사진 장식들 처럼 마지막 예식에서도 나의 마지막 초대에 함께한 그들에게 얘깃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면 어떨까.
자, 이제 사진 리스트를 만들자. 스스로 마지막 예식에 놓일 사진을 골라서 리스트 업 해두자. 언제든지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니 내 마지막 예식의 사진 장식을 내가 디자인하자.
파일명은 <셀프 퍼널 디자인-픽쳐스>.
*장리:장례의 제주도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