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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다잠든 나무 Jul 06. 2024

그 사랑 놓치지 마라

달콤 살벌한 관계

"삶이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 이란 말을 부쩍 자주 기억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에세이집 <그 사랑 놓치지 마라>의 서문에 적혀있는 글이다.


주변에 글 잘 쓰는 지인들이 많아 심심찮게 출간했다고 보내오는 책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걸까. 좀처럼 출판된 에세이 집을 구입해서 읽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 에세이 한 권이 내 손에 들려져 있다. 그것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해서 말이다.


물론 내가 구입한 것은 아니다. 남편의 소행이다. 그는 감성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사람이다. 옆에서 나는 늘 흘러넘치는 감성을 주워 담으며 잔소리를 하며 살아야 했다. 어느 누가 감성을 싫어할까. 그것도 여자가 말이다. 하지만 과유불급 이랬나. 정신없이 살아가야 했던 시절엔 개나 줘버리고 싶은 게 '감성'이었다.


내 일만도 부지깽이 손이라도 빌릴 판에, 아이들에겐 더 많은 손이 가야 하는 정신없는 시절에 꽃다발이 뭐고, 손 편지가 뭐란 말인가.  


"꽃다발 식탁 위에 두세요"

"편지 좀 있다 읽어볼게요"  


하며 식탁 위에서 다음 날까지 기다리던 꽃다발은 시들기를 수 차례.

또 펴 보지도 못한 채 가방 속에서 뒹굴다가 시간을 한참 지나 읽힌 손 편지가 여러 번이었다.


  

'꽃이라고?, 쓰레기 처리도 한번 더 손이 가는 물건인데,


'난 지금 꽃을 바라볼 시간조차 버거운데'.


  

이러기를 벌써 수십년, 그는 여전하다.


이번엔 이런 에세이를 사 들고 와서 굳이 그 의미를 보탠다.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다. 나도 그도.

말고 당기기를 여전하다.


에세이 집을 하나 건네면서 그는 여지없다. 책갈피 속엔 언제 말렸는지 진달래 꽃 잎 하나가 바싹 말려진 채 납작하게 펴있다. 다루기도 버겁다. 여차하면 부서질세라. 손으로 집어서 옮기기라도 할라거나, 책장을 넘기다가 바람에 팔랑거리며 날아가 버리기나 하면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 게 신경이 쓰이다 보니 주는 사람만큼, 받는 나에겐 감동도 공감도 덜하다.

이런 내가 늘 그는 서운했고, 난 그런 그가 늘 부질없다.  


이러기를 지금까지 얼마런가, 여전히 에세이를 사들고 와서 굳이 그 의미를 보탠다.


제목이 기가 막히지 않냐고.

그 사랑 놓치지 말라고 하지 않냐고.


이젠 이 정도 살았으면 그 감성이 무디어질 만도 하건만. 여전하다.

아니 그 정도면 나에게도 없던 감성도 싹이 자라 꽃도 폈을 만도 하건만.  


이번엔 <그 사랑 놓치지 마라>를 그의 바람대로 끝까지 읽어볼 참이다.

그러고 나서 천리나 달아나게 되어 아예 놓치게 될는지, 아니면 그의 바람대로 놓치지 않는 방법인 것인지.

그때 가서 검증해 볼 일이다.


그저 헛웃음만 지어본다.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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