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푸른 나무들로 둘러쳐진 회왕산 중턱에서 창녕을 그윽이 내려다보고 있다. 저 산 아래 인간사 그 무엇인들 얽히지 않은 게 있으랴마는 그저 조용히 염화미소 품으며 안고 있는 듯하다. 이런 미소가 태고적부터 한결같은데 창녕에서는 그 무엇인들 얽힘이 풀어지지 않겠나 싶다. 부처님의 자비를 전혀 알지 못하는 미물도 그 미소에 편안함을 품을진대 여래좌상의 자비를 갈구하는 뭇 불자들은 어머니의 품인 듯 땀을 식히고 더욱 편안함을 만끽하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그리 멀리 않은 관룡사 숲 길에 올랐다.
"1.2km 정도야 걸어주는 게 예의지".. 하며 호기롭게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올라오는데 허걱! 아뿔싸다.
시절이 삼복이 아니던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땀이 눈으로 흘러 따갑다. 제대로 눈을 뜨기 힘들 만큼 눈 속으로 계속 땀이 흘러들어 간다. 슬슬 "걷기 딱 좋은 길"이라 했던 자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데 중간쯤에서 올리오는 모양새가 여간 신통치 않았던지 관룡사 앞 약수 뜨러 가는 차량한 대가 몇 발자국 앞에서 가다 서서 기다린다. 냉큼 올라타고 시원함과 고마움에 연신 조잘댔다.
관룡사 경내에 들어오니 하얀 백구 한 마리가 어슬렁 다가오더니 입장 검문하듯 맞는다. 잠시 검문을 마치고는 자연스럽게 경내 마당에 배 깔고 앉아 길을 내어준다. 경내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쉬고 나니 '용선대 500m'가 눈에 들어온다. 뭘 생각하랴, 500m 라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자고.
길을 나섰다가 또 당했다. 이건 평지 500m가 아니다. 산길이었던 것이다. 사전 조사 없이 무작정 부딪히고 보는 대책 없는 이 무모함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자연에만 나오면 그저 '다 오케이'하는 습성은 아직 자연의 매운맛을 덜 보았던 것이리라.
히야!!! 다시 땀범벅이 된 채 올라오길 정말 잘했던 것이다. 화왕산 줄기가 그야말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용선대는 이름 그대로다. 그 정점에 석조여래좌상은 푸근한 어머니처럼 칭얼대며 올라오는 자들에게 선한 미소로 자연을 내주었다.
한참을 너럭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산 아래를 둘러보니 신선이다. 조잘대는 자연의 소리와 가까이 다가와 얘기하자 노니는 손가락 크기만 한 작은 새들과도 우린 즐겁다. 다시 내려가는 길은 이젠 가볍고 편안하고 또 반갑다.
창녕을 품고 있는 용선대는 아주 오래전부터 품어 온 창녕이기에 앞으로의 창녕도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모습일 지라도 다 품어주리라. 용선대에서 바라보니 앞으로의 창녕이 더 멋지게 변하리라는 기대와 그 안에서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안녕을 저절로 기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