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 나누지 않고 삽질하는 봄
해토,
엄청난 비의秘儀의 선율로 놀랍다.
지난겨울 초입 적괴積塊
언 지 얼마 안 된 내륙의 껍질
울릉도 호박엿은 끌 머리를 엿가위 손잡이로 툭 쳐서, 깨뜨리는데
달라붙은 질퍽한 찰기의 얼음흙, 손아귀 힘을 순간 놓치게 한다.
고막에서 울림은 깨지거나 밀리지 않으려는 울음
천 개의 삽으로 주조한 한 개의 굴삭기 삽날도 무위
짙어가는 엄동설한, 외투 깃만 빳빳해지고
사투,
깨지지 않으려는 한겨울이
생뚱맞게, 언제 내가, 무슨 소리야.
재갈 풀린 채 재잘대며 딴청
그렇긴 하더라, 눈물 뒤가 흥건하더라.
견고한 얼음덩어리 녹이느라, 풀기 잃은 채
제 주변 가득 질퍽대며, 달라붙는다.
나무 심는 방법, 가르침 보이느라
육신 만신창.
하루 벌어 하루 풀칠하는 이른 봄
와하며 멋있다 소리 지르면서 맑은 눈동자
해토는 그래서 어지러운 현기증.
-온형근, ‘해토의 비의’ 전문.
[시작 노트]
겨울은 언 땅을 위하여 제례를 지내는 시간이다. 몸의 겨울 또한 그렇게 울혈로 낭자하다. 해마다 겨울 지난봄을 저절로 알게 된다. 땅이 풀리면 저절로 질퍽한 밭흙으로 신발 바닥 틈새를 모두 채운다. 신발이 무겁다. 안 쓰던 육신을 움직이려니 여백으로 출렁대던 겨울 살이 몸살 한다. 지난겨울 엄동설한 지내느라 맺힌 얼음덩어리 떨쳐내는 대지의 몸살 또한 선혈처럼 낭자하다. 아이들 앞에서 나무 심는 방법을 시범 보이는 일은, 그래서 준비 운동 없다. 금강불괴도 매년 같은 몸살 앞에서는 사리는 법이건만. 도통 무심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