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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Apr 06. 2018

나무에게 다가가는 마음

다가서려는 마음과 무심의 차이

봉황 단총을 우리는 시간이다.

물을 올리고 끓이는 분주한 소리 속에서 어제 홍매를 떠올린다. 건물을 짓는 공사에 의해 몸뚱이 토막 난 상태로 서 있길래 깜짝 놀라 다가갔었다. 어서 저 나무를 고통받지 않는 곳으로 옮겨서 본래의 뜻과 의미를 새겨야 한다. 비 오는 어제 다시 찾았지만, 이건 바닥 주변에 모래를 포함하여 잔뜩 흙을 쌓았다. 아무리 잠깐이라고 여겼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섬찟하다.

옮겨 심으려고 다시 찾아갔더니 그새 이 지경이다. 대체 아무도 나무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다. 욕심은 나나 관리하기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멀쩡한 나무를 반토막질 하고,

자세히 보면 가지도 남겨 있지 않고 잘랐다. 그 몸통에서 홍매 한 꽃잎 피어 있다. 학교로 옮기려니까, 좋은 나무 인가 보지요? 하면서 탐욕의 욕정을 드러낸다. 욕심 이전에 제대로 나무에 대한 예의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만나서 협의하였지만, 며칠 만에 저 지경으로 나무를 방치한다. 지금은 건물을 올리고 짓는 일 말고는 신경 쓸 여력이 없나 보다. 바닥을 긁어보니 아스팔트 경계를 중심으로 이식할 분 만들기에 겨우 들어온다. 가지가 없어서 옮겨 심고 나서 활력을 받을까가 매우 걱정이다.


심을 구덩이 자리를 선정한다.

일차로 이야기 한 자리는 아무래도 단풍나무가 폭목으로 행세할 것이다. 다시 자리를 잡는다. 결국 백매와 가까운 곳에 홍매의 자리를 잡는다. 남산 안중근 기념관의 백매와 홍매보다 더 가깝게 자리한다. 한 번에 양 매화를 비교할 수 있겠다. 꿈에 와룡매가 홑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결처럼 남산 공원을 찾았다. 안중근 기념관 근처 백매는 이제 막 피고 있었다. 산 아래 왕벚나무 만개한 것에 비하면 매화가 오히려 늦다. 추운 겨울을 넘겨야 매화의 진향이 꽃과 함께 절창일 텐데, 오히려 저조하다. 거기다가 홍매는 고사 직전에 간신히 꽃망울 몇 개를 터뜨리고 있다. 몇 년 전의 신문 기사에 나온 사진의 활력은 사라졌다. 지금 이식해야 하는 수농의 홍매가 그렇다. 활력커녕 생명을 부지할 수는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일단 심을 구덩이를 선정하고 작업 준비를 해야겠다.

남산 안중근 기념관 앞 광장에 식재된 외룡매 백매와 홍매 상태이다. 홍매는 거의 고사직전으로 관리되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돌보지 못한다는 말

조금씩 가치 있는 일에 관심과 시간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살아가는 게 사정이다. 그러니 온통 사정을 헤아려야 영위되는 것이니, 한 꺼풀씩 벗겨내서 또 다른 에워쌈을 둘러본다. 사정을 본다는 말이 해야 할 당위는 두루 살펴볼 수 있어 어느 시점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학교 화단의 주목과 눈주목이 매년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던 것은 결국 배수 불량에 기인한다. 학교 터를 닦으면서 바닥에 숱한 중장비와 트럭이 들락거렸고, 그 위에 공사 흙을 덮어 씌운 게다. 그러니 땅 속에 불투수층이 생겼고, 그 위는 진흙처럼 찰진 흙이 층을 이루고 있으니, 나무가 살기에는 벅찼던 게다.

와룡매 홍매를 심을 자리를 선정하여 장비를 이용해 식혈작업을 하였으나 그 속의 불투수층은 객토를 통하여 교정해야할 판이다.
1991년 들어온 와룡매 자목이 이제야

제 자리에 면목을 세운다. 그동안의 면구스러움을 씻는다. 기꾸지 농고에서 와룡매를 접목 번식하여 심긴 지 27년 만이다. 백매 1주는 2014년에 본관 전면으로 식재되었고, 이제 2018년이 되어서야 한조체육관 앞에 심어진 홍매를 옮기게 되었다. 그것도 반토막나무가 되어서 돌아온다. 한때 본교 씨름선수들의 훈련장이었던 곳이다. 그곳에 식당을 짓고 있다. 수원 화성을 닮은 디자인이다. 올해는 홍매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창덕궁 선정전의 400년 와룡매가 그 후 일본에 심겨, 다시 400년 후에 남산 안중근 기념관에 1999년, 요란하게 환국식을 하며 식재되었다. 그보다 8년이나 빠르게 식재된 수원농생고의 와룡매 자목이 이르면 내년쯤에 활짝 만개하기를 기대한다. 두 곳 다 홍매가 몸살이다. 쾌유된 활력으로 내년을 맞이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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