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산호의 흰뺨검둥오리

반산저수지, 아니야 반산호야

by 온형근

3개월 만에 저수지를 찾았다. 이름하여 반산저수지이다. 아침이라 사람이 없는 것인지, 늘 없는지. 호젓하게 둑길을 걸을 수 있었다. 빙 한 바퀴 둘레길을 만들었으면 좋은 곳이다. 다른 지자체는 이런 자원을 그냥 두지 않는데, 이곳은 워낙 문화재, 유산 등에 예산이 많이 소요되어서겠지 하면서도 아까운 경승이다. 반산저수지 수변개발이 국책사업으로 채택되었다니 조만간 둘레를 온전하게 걸어볼 수 있겠다.

떼로 몰려 있는 흰뺨검둥오리를 보면 그들만의 사생활 장소로 감히 침해하기 어렵다는 생각 절로 든다. 멀리서 사진을 당겨서 몇 장 찍지만, 흐린 날, 오리만의 아침 생활이 분주하기만 하다. 일개 오리의 아침 풍경이 그들만의 사생활로 비치면서 감희 근접할 마음조차 일지 못했으니, 그 또한 장관이다. 저런 장관에 기척 하나 보태어 갑자기 단체로 고요한 아침을 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주 남한강변에서 보던 흰뺨검둥오리 이후, 그들만의 사생활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웠다.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세상은 보호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발생되는 모든 것은 자연을 해치는 침해자로서 낙인 될 일이다.

저수지를 다녀왔으나, 아직까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이 또한 지극히 사생활적인 부분이라 쉽게 알아낼 방도가 없다. 그렇게 매일, 자주, 한 곳에서 세탁기가 돌아가는 일은 어떤 경우의 수일까. 내 어눅하여 추측되거나 수긍되는 단서가 없다. 그러니 지극한 사생활이라면 궁금증 조차 버려야 한다. 흰뺨검둥오리가 반산호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풍경 자체에서 자연의 개별성이 언뜻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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