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낙엽

낙엽도 높고 낮은 층이 있어 업히고 덮기도 한다

by 온형근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낮은 나무의 단풍 위에 머문다. 날다 보면 제 갈 길이 다르다. 정착이라는 게 그렇다. 스스로 유배의 길로 나선 것은 내 삶이 보잘것없고 힘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나 역시 낙엽이 되어 뒹굴게 뻔하기 때문에 날다 보니 어느 곳에 자리한 것이다. 어떤 틈새에 놓인 게 유배이니까. 바짝 마른 낙엽이 되기 전, 아직은 젖은 낙엽이고 싶다. 그래서 묵직하게 자리하며 달라붙는다. 젖은 낙엽으로 안부를 서로 묻고 볼의 체온이 낮아져 얼음이었다가 풀렸다 바짝 마르지 않도록 할 참이다.

20181110_115002.jpg


매거진의 이전글반산호의 흰뺨검둥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