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꼭지 굵어진다. 폭설처럼 빗금치는 바람까지. 엄습하듯 어느해 겨울 전인미답의 학교 운동장이었다. 사진 찍으며 환호작작 친구들과 천진난만 파안대소하며 뛰놀았다. 옛 추억 하나, 물밀듯이 파고를 타며 훅 치고 들어온다.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올 것은 첫눈처럼 찾아온다. 작위를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흐름에 실릴 수 있는 통감각을 열어논다. 작위와 서두름을 경계하되, 때와 곰삭음에 맡긴다. 세월에 삭히고 있는 중이라고 위무한다. 내 기운의 명운이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