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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Sep 25. 2017

고욤나무 열매를 줍다

바닥으로 뒹구는 것들의 날개짓

고욤나무는 수형이 단정하다. 정원에 심으면 겨우내 직박구리의 친구가 된다. 숱하게 매달리는 고욤 열매는 줄기차게 한 겨울을 버틴다. 얼고 녹고 매말라 쭈글해질 때까지 건재하다.

성급한 열매와 전년도 열매가 주차장에서 차바퀴에 짓밟힌다. 이번에는 파종하여 반듯하게 양묘할 궁리를 한다. 바닥을 긁어 쓸어 모으니 한 양동이 가득이다. 이파리까지 담겼다. 물에 담아 며칠 묵히니 날파리 고이고 냄새가 심하다. 무릇 더럽고 냄새나는 바닥의 노동에서 생산의 지고지순이 열린다.

바닥을 이루는 것은 기초를 다지는 요체이다. 건너뛰고 마음에 들고 좋은 것만 하려는 가리는 마음이 기본이 될 수 없음이다. 흙에서 기어보고 삽질에서 지쳐보고 더럽고 냄새나는 생산에서 엉켜보고 나서야 남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다. 한 여름 뙤약볕에서 종일 풀을 뽑아본 사람이어야 정원일의 즐거움을 말할 수 있다.

귀에 순하고 제 입맛에 달기만을 바래는 세태이다. 귀한 것을 잃고 있다. 쉬운 길을 찾으려 하고 쉬운 방법을 제시한다. 어느 순간 놓치는 소중한 가치를 되살리기에 넘쳐나는 정보 앞에서 방향을 잃는다. 고욤을 만지면서 우직한 사실 하나에 집중한다. 그렇게 개체를 유지하게끔 수순을 밟는다. 좀 더 안으로 바닥으로 기본으로 시선을 가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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