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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Sep 07. 2022

숫자에 집착하게 되는 운동, 괜찮을까?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한 기록이 독이 될 수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봤을 듯하다. 오늘도 신기록 경신했네! 오늘도 무게 더 쳤네! 근데 이거.. 다 갱신하면(물론 갱신할 수가 없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ㅋㅋ..) 그다음엔 뭐가 있는 거지?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 승패 여부는 점수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런데 나 혼자 하는 운동인데 어느 순간 왜 기록에 집착하게 되는 걸까?


인정 욕구

기록은 곧 성과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운완(오늘도 운동 완료)을 달성한 나를 보는 재미와 어제보다 나은 기록, 나의 순수한 노력으로 얻어낸 결괏값을 볼 수 있어서다. 내가 1%의 디자이너나 기획자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 내도 아주 큰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물론 최선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이 없다는 걸, 직장생활 8년쯤 되니 자연스레 학습이 되었다. 특히 나의 욕구는 복잡하다. 5년째 나를 지켜본 대표님조차 나에 대해 어떤 욕구를 가진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이니.. 차라리 돈을 좇으면 연봉을 더 올려주면 될 텐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며.. (일단 연봉부터 올려줘 보세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많은 인생에서 내 노력으로 온전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무얼까? 생각해봤을 때 그것은 내 몸이었고 운동이었다. 특히나 무릎이 아프게 되어 10분 동안 서 있는 것도 힘들어했던 시절엔 내 몸 하나 마음처럼 되지 않아 더욱 절망적이었고, 절박하게 몸부림을 쳤던 1년 간의 PT 수업은 나를 바로 세워주는 울타리가 되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쌓아 올린 성벽처럼 나의 몸도 조금씩 단단해졌고, 그 모습을 같이 지켜봐 주고 응원해준 트레이너님 덕분에 업무 외에 내 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동이 좋은 성취감을 안겨준다는 건 알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록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샌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게 치는 허세까지 부릴 줄 알게 되니 말은 다 했다. 러닝도 마찬가지다. 1m라도 더 뛰면 사실 어제의 나를 제치고 항상 신기록이 된다. 이렇게 오래 뛰어본 적이 없으므로.. 가을까지 10km를 뛰겠다곤 했지만 순식간에 가을이 왔고, 그 와중에 코로나까지 걸려 일주일 동안은 운동도 못 했다. 코로나가 걸리기 바로 전엔 10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까지 등록했던 터라 연습은 하겠지만, 이것도 숫자를 바라보는 행동인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골인 지점보단 길을 계속 만들어 가자

앞서 말한 성과와 인정 욕구를 채우는 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목표를 미리 정해두지 말자. 그러면 이 행위는 결과만을 위한 것이 되니까.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과정을 즐겨야 한다. 이어령 선생님이 그랬다. 진리를 다 깨우치고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서울이 목표인 사람들은 서울 오면 끝난 거라고. ‘인생은 나그넷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목표는 없지만, 인생의 반환지, 경유지가 있고 모험하고 방황하면서 길 위에서 계속 새 인생이 일어나는 거라고.


10km 가능한 건지 아직  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그게 길이라면 가보는 거다. 최근 내가 너무 10km 대한 목표를 걱정하는 것을  스승님은 그다음 러닝 코스는 쉬엄쉬엄 뛰어주셨다. 뛰면서 대화가 가능한 것인지 몰랐는데 8분대로 뛰니 가능하더라 ㅎㅎ 대화를 하며 뛰니 숫자만 바라보고 뛰었을 때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계속 이렇게만 뛰면 안 되냐는  어리광에 이런 날도 있어야 다음에  힘든 코스도 이겨낼  있다면서 다시  다른 길을 가리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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