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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Oct 25. 2022

비엔나에서 러닝 하기 좋은 곳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오스트리아 여행

벨베데레 궁전


둘째 날 아침이다. 오늘은 한인민박 조식을 포기하고 벨베데레 궁전에 모닝 러닝을 하러 일찍 숙소를 나섰다. 내 생애 해외여행에서 모닝 러닝이라니..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일상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운동이 사람을 이렇게 바꿔버렸다는 사실에 놀랍다.


숙소에서 벨베데레 궁전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너무 추울 것 같아서 트램을 타고 궁전 앞까지 갔다. 도착해 뛰기 시작하니 이미 현지인들이 궁전의 정원을 배경으로 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며 마주칠 때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쟤 뭐지? 못 보던 동양인인데? 하는 듯한..?


그 시선이 썩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에 즐기면서 벨베데레의 상궁과 하궁을 2번씩 돌아보며 러닝을 해보았다. 완만한 경사길로 쫙 뻗어있는 길이라 업힐과 다운힐을 하며 주변 풍경을 누릴 수 있었다. 다 뛰고 나니 너무 추웠다. 이때 8도.. 낮에도 14도 정도였던 터라 땀이 식기 전에 근처 카페로 후다닥 뛰어갔다. 카페라테와 크루아상을 시키고 창밖이 보이는 곳에 앉아 몸을 녹이니 이제 좀 체온이 돌아왔다.


그러던 중 창밖에 외국인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구글 번역기를 돌려 영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카페에 있는 내 모습을 자기 인스타에 올려도 되냐는 거였다. 너무 운동복 차림이었지만.. 그게 맘에 들었나? 그래 뭐 오케이! 하고 사진을 몇 장 찍더니, 자기 인스타 아이디를 알려줬다. 근데 까먹음.. 이런 경험도 해보는군 하고 궁전 미술관 오픈 시간이 오길 기다렸다.


참고로 나는 못 갔지만, 벨베데레 궁전 옆에 식물 대학이 있는데 그곳의 정원도 너무 좋아 보였다.



프라터 공원


프라터 공원은 영화 <비포 선 라이즈>에서 두 주인공이 관람차에서 키스를 한 유명한 장소이다. 사실 관람차만 유명할 수 있지만 프라터 공원은 진짜 너무 멋진 곳이다. 엄청나게 길게 쭈욱 뻗은 길을 사이로 가로수길이 멋들어지게 우거져 있는 곳이다. 중간중간 옆에 흙길도 있고 샛길도 있어서 러닝 하기에 너무 최적의 장소였다.



역시나 러닝 하는 사람,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 등등 이 공원을 누리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오스트리아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이유는 바로 도심 속 이런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문화와 예술이 모두 가득한 곳. 현지인들이 정말로 부러웠던 순간이었다.



여행객이지만 나도 잠시 그들의 일상에 녹아서 함께 빈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던 하루였다. 다음 여행지 첼암제와 잘츠부르크에서도 러닝 해보려 하는데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https://youtu.be/bO15hlUzA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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