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사무실에서 였다.
목구멍이 조인 듯했고, 숨 쉬는 것이 답답했다.
집중이 되지 않고 어지러웠다.
우주에 표류하듯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고향에 내려가던 고속버스 안에서 처음으로 공황발작으로 생각되는 증상을 겪었다. 이번에도 역시 목구멍이 답답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리고 심하게 어지러워 정신을 붙잡고 간신히 차에서 내렸다.
어지러운 증상 때문에 신경과를 가게 되었다. 처방된 약은 항불안제, 안정제, 이완제... 이런 약들이었다. 처음 3주는 약을 먹으면 증상도 없고 괜찮았는데, 지금은 사람이 많은 쇼핑몰, 터미널, 카페, 차 안 같은 곳에서 답답해진다. 멍청이처럼 집중이 안 된다.
이게 다 회사의 꼴 보기 싫은 그 화상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발뒤꿈치만 봐도 울화가 치미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니 억울했다.
처방된 약을 보니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에 쓰는 약이다.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그걸 내가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주말엔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도 가슴팍 한가운데에서 불쾌한 작은 울렁거림 같은 것이 느껴지며 불안이 나를 덮쳐왔다. 몸이 가려워서 벅벅 긁어댔고,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집중해서 하지 못했다. 쫓기는 기분이었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나를 안다. 관성이 지독히도 심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작정 퇴사했다가는 돈이 바닥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화상이다. 심지어 쉰다고 해서 불안증세가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을 보지 않을 뿐, 먹고 살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 뻔하다.
“나 아무래도 불안장애인 거 같아. 저번에 차 안에서 왔던 게 공황발작 증상이더라고.”
동료, 친구와 가족에게 말했다. 그러기엔 너무 멀쩡한 나를 보며 별 공감을 못 하는 눈치였다.
‘이거 굉장히 외로운 병이구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회사에 다닐 때도,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때도,
전 남친과 헤어지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도,
그리고 긴 백수 시절을 보냈을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병이 찾아왔을까?
아마도 시작은 10년 전부터인 것 같다. 오래 만난 연인과 이별 하느라 2년간 진이 빠지게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부터... 이어진 답답하고 무기력했던 긴 백수 기간. 그래서 어찌어찌 시작하게 된 프리랜서. 일을 하며 가까웠던 오랜 지인과 틀어져 연을 끊었다. 혼자 공격적이고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프리랜서 일은 나의 성향상 맞지 않아 다시 시작한 회사 생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답답한 사무실.
단 몇 개월 스트레스 받았다고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그 10년이 차곡차곡 쌓여 불안이라는 파도를 만들어 덮쳐왔다. 그만두고 쉬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게 답이 아니다. 그렇게 또 시간과 돈을 축내면 다시 또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바로 이직을 한다면 새로운 스트레스의 시작인데 불안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진도 후진도 하지 못하는 상황.
일단은 9월까지는... 아니 10월까지는 버텨보기로 나를 설득했다. 어쨌든 돈은 벌어야 하니까. 미루는 건 항상 가장 쉬운 선택이다. 도대체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다시 또 숨이 갑갑해져 온다.